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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May 01. 2021

자투리 생각들 2

이런저런 생각들과 내가 주저리는 것들

해르만 헤세는 어렵다.


현재는 황야의 이리를 읽고 있는 중이다.

전쟁의 참상.. 이런 내용은 눈물샘을 쓸데없이 자극하는 것 같아서 싫지만, 헤르만 헤세가 얘기하면 또 다른 장르가 된다. 신기하다.


그런데 또 너무 나를 쿡 찌르는 것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아까 앞에 뭐라고 했더라..." 하면서 읽는다.


읽고 또 읽고...

번역본을 보다 보면, 너무 직역 같은 번역이 많아서.

진짜 이런 내용인가 싶어 (물론 훌륭하신 분들이 번역한 것일 테지만...)

차라리 내가 독일어를 배워서 원본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어를 영어로 바꾼 것도 왠지 직역일 것 같아...



"꽤 많은 사람들이 네가 지금 있는 현재 포지션을 가지고 싶어서 안달일걸?"


남자 친구가 운동을 같이 갔다 오고 난 뒤에 길에서 나에게 해준 얘기이다.


말인즉슨, 나처럼 그냥 백수 노릇하며, 배우고 공부하는데도 돈은 모자라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지붕이 있는 집안에서 편안 받치며 1년을 있어도 마음이 편한 것 같은 그런 상태를 얘기하는 거니?

라고 물었다.


그리고 그는 맞다고 했다.


너는 너의 커리어를 쌓고 싶어 하고,
돈도 따로 벌고 싶어 하고, 독립적이려고 하지만,
꽤 많은 영국 여자들이 그냥 암묵적으로 자연스레
일 안 하고 집에 있을 수 있기를 바라...

그래? 그렇구나.

그럼 그 여자들은,

눈치가 더럽게 없거나, 눈치는 있지만 그냥 철면피이거나 둘 중 하나일 거야.

아 아니면, 남편이 정말 호구 이거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짓을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여하튼, 너의 노고에는 많은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고맙다. 앞으로도 조금만 더 수고해줘라.



세상에는 참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Boundary 안에는 내가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전혀 힘을 들인 것 같지 않은데, 뭔가 자기가 한 일보다 훨씬 부풀려 기록이나,
성과를 만들어 놓는 사람들


나는 부럽고 질투 나면서도, 불편하다.


그리고 나는 왜 그렇게 정말 항문에 피가 나듯이 열심히 해도,

저런 사람과는 달리, 열심히 일했다는 게 그렇게도 티가 안 날까 싶다.


네이버 블로그는 들어가지 않지만, 시간이 남아돌아 들어가 봤다.

그리고 거기에서, 내가 이전에는 질투 나고 열등감이 들어서 잘 들어가 보지 못했던 블로거의 글을 다시 들어가 봤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해외에서 가지고 있던 직종과 같은 업무를 해봤던 사람으로서,

서른이 넘어, 이런저런 공부를 해보고 나니, 빅 픽처에 눈이 뜨인 사람으로서,


그 사람들이 올려놓은 글들의 "실체"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렇다... 오래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온다. 그러니 오래 살고 보자.)


전혀 과장/ 포장이라는 힘을 들이지 않고, 그들은 글이라는 도구로,

굉장히 오묘하고 교묘하게,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포인트를 싸악 잡아내

부풀려 기록을 한 게 보였다.


그들의 링크드인, 그들이 올려놓은 사진 기록들을 그냥 조금 더 자세히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전이었다면, 그런 걸 보면서 나는 울었을 것이다.. 나도 저렇게 되려고 공부했는데 난 왜 이러냐면서, 내가 미친 x이라서 그런 건가 하면서..


그게 보이더라.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한 적이 없나 다시 돌이켜봤다.


그리고 이불 킥을 할만한 예전 직장에서의 언행 그리고 글들을 다시 되새겨 봤다.

정말 지금 다시 생각하면 눈을 질 끈 감을 만한,

이상하고, 소름 끼치는 짓거리를 많이 했다.


어떻게든 그 바닥에서 살아남고, 루저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복어처럼 내 몸을 부풀렸던가.....


그리고 같은 복어들을 보면서, 저 복어는 어떻게 저렇게 클까? 어떻게 저렇게 동그랄까를 생각했다.


내 속의 복어를 살포시 내려놓고,

나는 바닷속에서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아무개 물고기가 되어보겠다.


뻐끔뻐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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