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고대도시 에페소스(Efes)
[추억여행 꺼내기] 신혼 배낭여행기
터키의 유명한 관광도시인 셀축에는 고대 도시 에페소스가 있다. 에페소스는 라틴어: Ephesus, 그리스어: Έφεσος, 터키어: Efes로 불린다. 이와 더불어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알려진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에서는 성모 마리아가 마지막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성모 마리아의 집'과 성 요한의 교회가 있어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에페소스 유적에는 한국어로 된 안내문이 있을 정도이다.
마치 차원 이동문이 있는 것처럼 에페소스 유적에 들어서면 고대 로마 도시로 들어온 것 같다. 고대 지중해에서 무역항구로 번성하여 로마시대에는 대략 20여만 명이 거주할 정도로 대도시를 자랑했던 에페소스는 3세기의 고트 족의 침략과 7세기까지 지진, 산사태, 퇴적 작용으로 항구가 막히면서 도시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파괴되고 만다. 하지만 남아 있는 유적만 보더라도 그 당시의 로마 사람들이 어떻게 번영을 누리며 문명을 꽃 피었는지 알 수 있다. 극장, 도서관, 공중목욕탕, 신전 등 각각의 건물에 새겨진 조각상, 문양들만 보아도 그 당시의 예술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터키 여행에서 꼭 빠질 수 없는 관광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카파도키아에서의 황량한 광야를 경험하고 오면 더욱더 문명이 만들어낸 현대 도시와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고도로 발달된 도시 문명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산업혁명이 그 당시에 일어나 전기와 동력을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로마는 어떤 문명을 만들어 내었을까?
에페소스의 유적에서 가장 감탄한 건물은 바로 셀수스 도서관이다. 에페수스의 총독을 지냈던 Gaius Julius Celsus Polemaeanus를 기념하기 위해 아들인 Aguila가 AD 117년에 완공한 건물이다. Aguila는 1층 입구를 지나 지혜의 여신인 아테네 여신 동상 아래에 Polemaeanus의 무덤을 만들었다. 도서관의 벽은 온도와 습도로부터 양피지로 만든 스크롤을 보호하기 위해 두 개의 벽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파괴되어 정면만 남아있다. 양피지로 만든 1200개의 스크롤 이상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도서관은 알렉산드리아와 페르가몬의 도서관, 다음가는 고대에서 세 번째로 큰 도서관이었다고 한다.
내구성과 보존성이 파피루스보다 뛰어나고, 양쪽 면을 모두 쓰기 쉬우며, 칼로 살살 긁어내어 재사용할 수 있는 양피지는 정보를 저장하는 데 있어 종이가 발명되기 전까지 최고의 재료였다. 하지만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 어린양 수십 마리가 쓰였다고 하니 재산 목록 중 하나였고, 특권층만 사용하고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공공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 당시의 문화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물론 로마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열람이 허용되었겠지만 말이다. 문명의 핵심이 정보의 축적과 전달이라면, 외교, 정치, 생활 등에 관한 정보를 축적하고, 대중에게 공개하는 공적인 생각들과 문화가 로마를 팍스 로마나(라틴어: Pax Romana)로 만든 결정적인 힘이 아닐까?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셀수스 도서관은 로마 건축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공을 들여 이 건축물을 세웠는지 놀랍기만 하다. 터키 여행에서 정말 빠질 수 없는 에페소스 유적을 둘러보고, 터키의 항구 도시 보드룸으로 이동하여 터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었다. 다음날은 터키 보드룸의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그리스의 코스 섬으로, 코스 섬에서 그리스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산토리니로 향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중해에서 배를 타다니 설레었다. 보통 산토리니는 비행기로 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