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싱클레어 Oct 13. 2020

외계 행성을 느끼고 싶다면, 카파도키아로!

[추억여행 꺼내기] 신혼 배낭여행기 

[추억여행 꺼내기] 신혼 배낭여행기 (2011. 10. 5 ~10.30)

밤을 꼬박 새워 달린 끝에 도착한 버스터미널, 여기서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30분쯤 달려 목적지인 카파도키아에 점심 전에 도착했다. 밤새 버스를 타본 일이 없었기에 터기가 얼마나 넓은 나라인지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창 밖으로 보이는 끝도 없는 황량한 풍경 속에서 터키는 풍요로운 유럽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이유로 역사적으로 터키 지역을 장악한 국가는 끊임없이 유럽지역으로 진출하려고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스탄불은 요충지로서 격전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버스를 타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2층 버스이면서, 화장실과 와이파이가 잘 갖춰져 있고, 승무원이 있어서 간단한 음료수와 간식까지 준다는 것이다. 장시간 동안 버스를 타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만든다. 하지만, 불편함도 여행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특히 배낭여행이라면.


황량한 들판과 버스 승무원이 준 초코파이와 비슷한 간식, 그리고 카파토키아로 데려다 줄 미니버스



고대 페르시아어로 '아름다운 말들의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카파도키아. 그 말 그대로 이 지역은 화산지대로 마그마 분출로 인해 화산 분진이 내려앉아 응회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지형이라 경작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카파도키아는 목축 밖에 할 수 없는 척박한 지역에 경도가 약한 응회암을 파서 만들어진 도시이다. 역사적으로 실크로드가 통과하는 지역이라 대상들이 이 지역에서 쉬었다 가면서 가축과 식량을 바꿔가며 생활했다고 한다.


카파도키아에 대해서 잘 알려진 것은 풍화작용으로 깎여진 버섯처럼 생긴 바위들, 데린 쿠유의 지하도시, 열기구, 수많은 기독교 유적지 등이다. 전 지역이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도시라 마치 외계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카파도키아는 영화 "스타워즈"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터키 정부에서 영화 촬영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색적이다.


2박 3일 일정을 계획하고, 이스탄불에서 예약한 호텔은 다름 아닌 석굴 호텔이다. 석벽을 파서 만든 호텔이라 벽면에 손으로 긁으면 돌조각이 떨어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이색적인걸 느끼고 싶다면 석굴 호텔을 추천한다. 카파도키아에서의 밤은 로맨틱하다. 황량한 들판에서의 시원한 바람과 돌을 파거나 돌로 만든 건축물 위로 보이는 불빛들, 그리고 별들.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카파도키아에서 무조건 가봐야 할 곳은 바로 데린 쿠유이다. 데린 쿠유는 '깊은 우물'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카파도키아 평원 아래의 200개가 넘는 지하 도시들 중 가장 큰 규모의 지하도시이며, 2만 명의 사람들이 살 수 있고, 깊이가 55m이고, 지하 8층까지 관광객이 내려갈 수 있다. 데린 쿠유는 BC 8~7세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는데,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 제국의 박해를 피해서 숨어들었다가, 이후 이슬람이 장악하게 되었고, 그 당시의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거주하게 되면서 이렇게 큰 지하도시로 발전했다고 한다. 수많은 환풍구들, 식량, 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하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고역일 것이다.


데린 쿠유, 예배당, 침례 주는 장소.


햇빛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수많은 질병에 노출된다는 것이고, 그것을 지켜보며 수 천명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차라리 목숨 걸고 죽더라도 싸우거나 항복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그 이유를 생각하며 천천히 어두운 지하도시의 좁은 길을 내려가 도착한 곳은 세례를 주는 침례 장소와 예배를 볼 수 있는 공동 예배당이었다. 그렇다. 그 이유는 신앙의 힘으로 그 고통을 감내하였을 것이다. 비타민 D가 부족하여 몸이 굳어가고, 아이들이 질병에 걸려 아파할 때도, 밖에서 적들이 공격할까 봐 두려울 때도 지하도시인들은 기도하며 자신의 신앙으로 그 고통과 아픔을 감내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더욱더 잘 보살폈을 것이다.


그 신앙의 이면에는 예수의 비폭력 무저항 정신을 철저히 따르고자 하는 그들의 신념이 있었다. 그것은 예수가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예수의 실존을 느끼고 살았기에 죽음으로도 그들의 신앙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칼을 들고 싸우는 대신 숟가락과 조그만 철 조각을 들고, 손이 피투성이가 되듯 파내려 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특히 박해 받을 때 신앙의 순수성이 드러난다. 신앙 앞에 죽음이 놓여 있을 때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순교를 선택하는 것은 신앙이 자신의 죽음보다 더 가치있다고 확신할 때, 그리고 그 신앙이 모든 이들에게 이로움을 가져다 줄거라는 믿음이 있을 때 행해질 것이다. 광신도, 이단 사이비를 제외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말이다. 삼국시대 불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 이차돈의 순교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종교가 국가 권력과 결탁할 때 종교는 부패해버리고 만다.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하고, 제국의 종교로 만들었을 때, 기독교를 믿지 않는 수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고, 교황, 십자군 원정, 면죄부, 종교전쟁, 유럽 제국주의에 앞장 섰던 선교사들 등 악영향을 수없이 끼쳤다.  


이런 의미에서 데린 쿠유에서 나타난 그들의 삶은 세계 문화유산이 되는 거대한 지하도시를 만들고, 이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종교를 떠나서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고난을 마다하지 않고 살았던 옛 지하도시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카파도키아는 기독교 유적도시라 할 만큼 동굴을 파서 만든 예배당과 건물들이 많다.


카파도키아에서 강력 추천하는 것은 스쿠터를 타고, 전 지역을 돌아보는 것이다. 스쿠터를 타고 다니면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느껴지게 만드는 광활한 광야를 경험하게 된다. 외계행성 같은 곳에서 가도, 가도 버스 한 대 지나가지 않을 때, 거기다 하늘은 비가 올 것처럼 흐릴 때, 마을은 보이지 않고 스쿠터의 기름이 점점 줄어들 때, 인간이라고는 오로지 나와 너만 있을 때 느껴지는 그 달콤 쌉쌀한, 쓰면서 아린, 자연이 주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마침내 관광객을 봤을 때 환호성이 나오는 기쁨도 덤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활동이다.


항아리 케밥과 광야


카파도키아에서 먹을거리는 한국의 닭볶음탕 같은 항아리 케밥을 추천한다. 조그만 카파도키아 마을이라서 돌아다니다 보니 가격차이가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가 여행하는 시즌은 비수기이기에 사람이 붐비지 않았다. 점원이 왔을 때 항아리 케밥을 주문하면서 말했다. 저 쪽 집은 여기보다 싸던데 가격차이가 나는 이유는 뭔가요?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점원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빈자리가 많은 식당 내부를 보고 가격을 맞춰 주었다. 므흣~!


짧은 기간이지만 터키를 여행하면서 터키 사람들은 '융통성'이라는 좋은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정확한 값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터키에 여행을 간다면 흥정의 기술을 많이 사용해주자. 그리고 친절하다. 카파도키아에서 10월 12일 오전 에베소로 떠나는 날, 버스로 버스터미널로 향하고 있을 때, 아내가 말했다. "아. 카메라 충전기를 버스 정거장에 놓고 왔어. 어떡하지?" 그 한마디에 운전석 기사 아저씨 옆으로 가서 좌초 지종을 말했다. 그러자 기사님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더니 다음 차편으로 버스 터미널로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터미널에서 조금 기다리니 다음 차편으로 가져다주었다. 정말 감사했다. 그 분이 아니었으면 남은 여행에서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훈훈하게 카파도키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에베소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열기구는 대표적인 관광거리이지만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아 일정 동안 탈 수가 없었다. 카파도키아가 남긴 다음에 오라는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명이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고대도시 에페소스(Efe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