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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군치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어 하는 나를 집사로 만들어 버렸다.

by 싱클레어


고양이를 키우면 고양이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 집사가 된다고 한다.


사실이다.


집사가 되어 버린 나 자신을 고민하다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그 이유는 고양이가 자신의 필요를 너무나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텔레파시를 사용하는 것처럼 고양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머리에 각인이 된다. 주인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고양이 이름은 'Gunchi', 불어를 사용하는 캐나다의 퀘벡 주 L'avenir에 사는 조각가가 기르는 고양이다. (직장으로 인해 지난해 9월부터 이 집에서 머무르고 있다.)


그는 밤이면 창가 의자에 살며시 앉아서 쳐다본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집주인이 가끔씩 집을 비우게 될 때 군치에게 먹이를 주었었다. 그 외에는 특별한 관계도 아니었다. 하지만 퀘벡의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자 집주인은 군치를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여기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집주인이 먹이를 주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이 문제였다. 1910년도에 지어진 이 집은 집을 지을 당시 내장재(인슐레이션) 없이 벽채를 지어 만들었기에 겨울에는 바깥 온도와 집 내부 온도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각 방마다 전기 히터가 있지만 주 난방은 화목 난로를 이용한다. 집주인은 겨울이 시작되기 전 11월에 창고 가득히 한 겨울을 지낼 나무를 쌓아 놓았다.



겨울이 되자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는 혹독한 추위를 퀘벡 생활 7년 가까이 된 군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겨울이면 기를 쓰고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자신의 털도 그 추위를 막기에는 부족한 것을 알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는 화목 난로의 따스함에 중독된 고양이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새벽 4시가 되면 화목 난로에 넣어 두었던 장작이 다 타버려 불이 꺼지게 된다. 그때쯤 문을 할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려면서 '이야옹' 하는 고양의 소리가 들린다.


처음 그 소리를 들어 잠에서 깨었을 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고양이가 왜 집주인에게 안 가고 나에게 난로에 불을 피워 달라는 거야?'


섬칫했다. 나도 모르게 화목 난로에 불을 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고양이가 문을 할퀴고 울음소리를 내자 텔레파시로 말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 생각이 떠 올랐던 것이었다.


할퀴는 소리를 멈추게 하려고 투덜거리며 방에 불을 켜고 문을 열었을 때, 아니나 다를까 쏜살같이 2층에서 1층 화목 난로로 내려가, 그 옆에 앉아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화목 난로에 불을 붙이기 위해 씨름하다 잠은 달아나 버렸다. 10여 분을 씨름하다 화목 난로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 녀석을 보았다.


소파에 앉아서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그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파를 독차지 하며 온갖 편한 자세로 잠을 잔다.


그 모습을 보니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흐뭇한 모습을 보니 내 마음속에 그 녀석을 행복하게 해 줘야겠다는 열망이 치솟아 올랐다. 그 필요를 마구마구 채워주고 싶은 욕망을 말이다.


그 누구라도 그 녀석의 흐뭇한 모습을 본다면 새벽 4시라도 잠에서 깨어 화목 난로에 불을 붙일 것이다.


이것이 고양이 집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문이 열리고, 음식이 주어지고, 화목 난로에 불이 붙여지고, 소파가 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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