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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계절': 계절마저 잊혀지게 만드는 사랑과 사람

[음악노트] 아이유의 '잊혀진 계절'

by 싱클레어

계절마저 잊혀지게 만드는 사랑과 사람이 있으신가요?


무심결에 듣게 된 아이유의 '잊혀진 계절'은 어느새 요즘 들어 가장 자주 듣는 곡이 되어버렸다. 이 노래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원곡인 이용의 곡도 좋아하지만, 아이유의 '잊혀진 계절'은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용의 원곡이 하나의 색깔만 강하게 느껴지는 반면에, 아이유의 곡은 여러 개의 복잡한 빛깔을 다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에 대한 슬픔, 우리가 함께 했던 추억에 대한 상실,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절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는 나의 마음, 다시 우리의 관계를 돌이키고 싶은 마음, 하지만 그 사람의 표정에 담긴 그 차가움이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는 쓸쓸함, 시간이 지나고 지나도 그 사람이 내 삶에 얼마나 소중했는지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는 마음, 도저히 이 마음으로는 살아갈 수 없어서 이별을 통보했던 10월의 마지막 날과 10월이 속한 계절을 잊어야만 하는 마음 등을 말이다.


우리네 인생에서 이 노래 가사처럼 계절이 잊힐 만큼 가슴에 진하게 새겨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하는 것은 태어나서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연인관계에서, 나에게 따뜻한 눈빛과 함께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고, 무한 긍정적인 칭찬세례 및 격려를 해주는 사람, 나를 바라만 봐도 행복한지 나만 뚫어져라 보는 사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집중해서 들어주는 사람, 바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별은 어찌나 차가운 건지. 북극의 빙하도 이만큼 차가울까!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던 눈빛과 미소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보다 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우리가 주고받은 서로에 대한 의미는 어디에 있는건지? 당신은 나를 잊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고, 지나도 내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당신에 대한 마음은 어쩌란 말인가?


이별이란 정말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 시간이 지나면서 이별도 소중한 나의 삶의 일부인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별을 했을지라도 그 시간과 공간에 나를 사랑해 주었던 사람이 참 감사하다. 그리고 미안하다. 사랑받은 만큼 사랑하지 못해서...나의 미숙함들이 상처주지 않았나싶어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노래를 들으면서 이 가사가 담고 있는 마음이 이런 마음이 아닐까 상상으로 적어본다.


지금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그때가 10월 마지막 밤이라는 것을요. 그날 당신이 만나자고 했을 때,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는 낯설었지요.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가 아닌 전혀 낯선 곳의 카페에서 당신이 만나자고 했던 걸 아직도 기억나네요. 그날 만난 당신의 표정과 말속에는 늘 느껴지는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평소와 다름 없는 당신의 얼굴을 보는데 가슴이 왜 이리 시린가요.


당신은 커피를 시켜놓고 말했죠. 헤어지자고...


당신이 헤어지는 이유를 말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나고, 지났지만, 아직도 그 뜻과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날 그 말을 듣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내가 어떻게 하면 당신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는지, 수 없이 생각하고, 생각했지만..


당신의 그 쓸쓸한 그 표정이 나의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도 당신의 마음을 바꿀 수 없음을 알게 해 주었지요.


어떻게 당신과 함께 했던 날들, 사랑의 속삭임들, 서로 주고받았던 따뜻한 눈빛들이 당신의 쓸쓸한 표정처럼 차갑게 식어버릴 수 있는지 소리쳐 말하고 싶었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과 공간과 추억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다시 나를 사랑해 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당신의 그 쓸쓸한 표정이 진심인 거 같아

말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당신의 삶 속에서 나는 이렇게 잊혀져야만 하는지,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어요.


나는 이렇게 잊혀져야만 하나요....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내 삶 속에서 너무 소중했나 봐요.


10월이란 계절마저 잊혀지게 만들었으니깐요.


시간이 흐르고 흘렀지만, 10월이 그리운 것처럼 당신이 아직도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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