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꿈 많은 마흔
토론토에서 '수상한 흥신소'란 연극을 2018년도에 보았다. 토론토에서 한국 연극을 보니 오랜만에 한국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연극을 보면서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연극반에서 연기를 하고, 축제 때 '자니윤'이란 역할로 전교생이 보는 무대에서 연극을 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창피해서 대사도 제대로 못했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연극반 선생님이 연극을 해 보라고 하셨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이 부끄럽고 두려웠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연극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었나 보다. 토론토 한인극단에서 하는 오디션에 참가해서 올해 2월에 합격을 하였다.
코로나로 인해서 6월부터 온라인으로 연극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발음과 독백을 연습하는 것인데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다. 재미있는 이유가 나를 성장시키는 것과 평소에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나에게 내면의 감정을 토해내는 시원함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투리가 잘 고쳐지지 않아서 문제이다. 부산 친구들에게 말하면 서울말 쓰지 말라고 하는데, 서울 사람들은 부산 사람인 줄 바로 안다.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연극은 신기하다. 특히 대학로 소극장에서 몇 미터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어떻게 한 공간에 있으면서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지 놀랍기만 하다. 연기자의 표정 하나하나, 목소리의 높고 낮음, 몸짓이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눈에 보이는 숨소리와 땀은 몰입하게 만든다. 그래서 연기는 재미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극은 '용띠 위에 개띠'이다. 한 남자, 한 여자가 만나 결혼하고, 사랑하고, 함께 늙어가는 삶을 다룬 연극이다. 너무 재미있고,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연극이다. 두 시간의 공연이지만 나의 마음을 감동과 웃음으로 가득 채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 주 연습할 독백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박동훈의 대사이다. 아직은 나의 말이 되지 않아서 어색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단역이라도 내년에는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해보기를 갈망하며 열심히 할 것이다.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 마
그냥 모른척해
너희들 사이에선 다 말해주는 게 우정 일지 몰라도
어른들은 안 그래
모르는 척하는 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말해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 받은 거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럼 아무 일도 아냐..
모른척해 줄게
너에 대해서 무슨 얘길 들어도
모른척해 줄게
그러니깐 너도 약속해주라
모른척해 주겠다고
겁나..
넌 말 안 해도 다 알 거 같아서.
커버이미지: 영화 ‘관상’의 송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