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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이혼, 그 속에 담긴 마음

[관계] 부부 싸움의 또 다른 말은 '사랑해 달라'는 외침이다.

by 싱클레어

수현은 담배를 피웠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담배 연기가 진하게 피어오른다.


"그래서..이혼하자고?"


"응. 7년 동안 싸웠으니 알 꺼 아니야. 우린 정말 맞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싸워가며 사느니 서로를 위해서 이혼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수현 씨도 나 아니었으면 행복하게 살았을 거야. 이제 좋은 사람 만나. 당신은 행복하게 살 거야. 이제 그만 끝내."


지연은 말했다. 평소처럼 야근을 하고 밤 9시에 집에 들어온 수현은 아내 지연이 할 말이 있다며 식탁에 앉게 한 후, 꺼낸 말이 이혼하자는 말이었다. 그 말은 들은 수현은 가슴이 꽉 막혔다. 부부 싸움을 하면서 수없이 꺼낸 이혼이란 단어였지만, 오늘 말한 이혼은 진심이었다. 지연이 진심을 말할 때는 목소리가 담대하고, 눈빛에 흔들림이 없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수현은 처음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할 말이 생각나지 않기도 했거니와 두려움이 성난 파도처럼 엄습하였기 때문이었다.


수현은 두려웠다. 자신의 미래가 무너질 것 같아서 두려웠고, 결혼을 축복해 준 양가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두려웠다. 가장 두려운 것은 다시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결혼했지만, 부모님보다 더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연이 나를 싫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 다시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몰려와 손이 떨렸다.


덜덜덜....


수현은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담배를 반 이상 남긴 채 꺼버렸다.


"그래... 알았어...."


겨우 꺼낸 한마디였다. 방으로 가기 위해 일어섰다.


지연은 소리를 질렀다.


"너는 끝까지 너 밖에 몰라!!"





부부 싸움의 또 다른 말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해 달라'는 외침이다.


부부 싸움의 많은 경우 상대방의 말과 행동 때문에 힘들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내면에 있는 무의식적 생각들, 배우자에 대한 생각, 자라면서 생긴 부모에 대한 생각, 사회에서 말하는 부부 관계에 대한 말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갈등의 골을 깊게 합니다. 부부 싸움에서 일어나는 상대방의 표면적 말과 행동 속에 숨겨진 필요와 욕구를 파악하고 채워질 때, 반복적이고 악순환적인 부부 갈등을 벗어 날 수 있습니다.


위의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나타나는 수현은 "버림 받음, 거절감"이 내면화되어 있어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해결하기보다는 수동적인 수용을 함으로써 자신의 상처와 두려움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이 상황에서 지연이 원하는 것은 '이혼'이라는 결과보다는 자신이 이혼을 왜 꺼내게 되었는지, 서로의 관계에서 지연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동안의 부부 싸움에서 지친 마음이 복합적으로 얽혀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부부 싸움이 일어났을 때 표면적 말과 행동 뒤에 숨겨진 상대방의 필요와 욕구를 읽어, 그 필요를 채워 준다면 부부 싸움은 서로를 좀 더 이해하는 긍정적인 촉매로 작용할 것입니다.


한국 문화에서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데, 첫 번째 이유는 부부 관계에서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정확하게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이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자신의 내면 속의 어떤 필요와 욕구를 건드리게 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부 싸움 및 갈등 전환을 위한 글

좋은 부부 관계를 위한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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