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그리움

바라보면 더 생각나는

by 싱클레어

이번 명절에 외가댁에 다녀왔다. 나의 외가댁은 본가에서 먼 거리에 있기에 외조부모님들을 자주 뵙지 못한다. 1년에 길어야 5~8일 남짓한 시간이다. 대부분은 명절에, 때때로 다른 공휴일-연휴에 찾아뵙는다.


출근할 생각에 일요일 저녁부터 불행한 기분에 휩싸이는 것처럼, 외가댁을 떠나기 이틀 전 저녁부터 마음이 좋지 않다. 이 밤이 지나고 내일을 보내고 나면 집에 간다는 게 아쉬워서. 워낙 자주 못 뵙다보니 어떨 땐 외가댁에 있다가 온 게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릴 적에 친할머니와 함께 살았을 때에는 외가댁에 갈 때 며칠이지만 홀로 계실 할머니가 괜스레 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땐 집에 오면 뵐 수 있던 상황이었는데도 그랬다.

그런데 또 외가댁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차창 너머로 서서히 멀어지는 외조부모님들의 모습이 그렇게 짠할 수가 없었다. 마치 핑크빛으로 부풀어 오른 마음에 누군가 갑자기 파란 물감을 퍼트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반가운 사람들, 애정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항상 설레면서 행복하지만 헤어짐은 지금까지도 적응하기가 힘들다. 다녀오고 나면 며칠은 향수병에 걸린 사람처럼 마음이 아직 그곳에 있는 것 같기만 하고, 할머니는 아직도 너무 많이 보고싶다. 감사하게도 매번 과분하게 사랑만 넘치도록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 근래에 더욱 마음이 쓰이게 되는 건, 내가 나이를 먹듯이 점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나이 들기 마련이라는 점이 더욱 와닿는다는 것. 당연하게 여겼던 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초조함을 불러일으킨다.


어느새 내 나이와 그들의 나이가 이렇게 되었고, 머리가 희어지고 얼굴에 주름이 조금씩 생겨난 것을 발견할 때마다 새삼스레 불안해지고 조바심까지 난다.

숨지 못하는데도 아늑한 곳에 기척을 감추고 숨어있고만 싶은 심정이다.


시간은 왜 이리 쏜살같을까. 어느새 나도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욱 빠르게 가고, 세월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와닿는 시점에 왔다. 어쩐지 시간이 애석하고 매정하게 느껴진다.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면 이런 아쉬움에도 무던해지겠지.


여러 일에도 흔들림 없이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어른들이 새삼스레 진정 ‘어른‘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떠한 감정을 참고 살아가는 데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런 때에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존재들을 더욱 보고 싶어지는 이유는, 바쁜 일상을 떠나 며칠간 시간을 자유로이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생각이 많아지거나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싶어지기 때문일까.


행복한 추억을 상기하고, 또 새로이 만드는 즐거운 명절임은 분명하다. 분명한데,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이 촉촉하게 젖어든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이상하다. 어쩌면 너무 감상적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연휴의 끝은 여러모로 늘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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