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고객

진짜 어른과 가짜 어른

by 싱클레어

마트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지?”라는 물음이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이 많다. 마트 현장 근무자들의 필연, 다양한 고객들의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 오늘은 내가 겪은 여러가지 고객 유형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식료품, 생필품 등 우리 삶의 필수적인 것들을 파는 곳이기에,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이는 곳, 마트. 2년간의 기억들, 심지어 그저께까지의 기억들을 더듬어 이 곳에 꾹꾹 눌러 써본다.


마트에 가면 꼭 볼 수 있는 곳. 고객센터. 그 곳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고객 유형은 안타깝게도 ‘진상고객’이다. 나도 진상고객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나도 누군가에겐 진상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말 누가 봐도 진상을 부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렇게 불러줘야할 것 같다. 진상 고객의 대표적인 유형은 ‘떼쓰면 다 들어줘’ 유형이다. 솔직히 말하면 백화점도 유통업인데, 백화점보다는 마트에 오는 고객 중에 떼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백화점 다니는 친구도 내 얘기를 듣고 경악했으니..) 한 할아버지는 사과 6개를 박스로 구매한 후, 5개를 다 먹고 맛이 없다며 교환해가겠다고 한 적이 있다. 물론 내가 과일팀 담당자가 아니라 대응을 할 일은 없었지만, 정말 어이없는 일 아닌가? 맛이 없는데 6개 중 5개를 먹고 뻔뻔하게 교환해 달라는 거다. 안된다고 말하면, 그런 진상고객의 90%이상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대부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들이 있다. “내가 여기 오픈할 때부터 다녔는데~ 니네가 어떻게~” 솔직히 말하면, 진짜 지겹다. 오픈할 때부터 이 마트에 다닌 것과 본인이 진상짓 하는 것의 관계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않는다. 그리고, 한심하다. 저렇게까지 추하게 하고 싶을까..? 싶다. 뿐만 아니라, 토마토 맛이 없다고(실제로 맛이 없지도 않았음) 사무실 문을 부실 듯이 두드리고, 들어오자마자 사무실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책임자 나와!!!”라고 했던 할아버지도 있었다.(그저께 일이다) 그래놓고 결국은 그 맛없는 토마토를 한 박스 어떻게든 또 받아간다. 추하다. 정말 저렇게 늙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또 사은품이 선착순이기 때문에 더 이상 나눠줄 수 없다고 방송까지 나갔는데, 나를 끝까지 따라오면서 떼를 쓰던 아줌마도 있었다. “내가 이만큼이나 샀는데 왜 안줘~” 그들은 떼쓰면 다 된다고 생각한다. 딸뻘되는 여자애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처럼 군다. 아이들은 어리니까 이해라도 되지, 다 큰, 심지어 50살이 넘은 사람들이 그러는 걸 보면 얼굴부터 찌푸려진다.


”고소할거야, 신고할거야“유형도 있다. 이건 또 뭔가 싶을 수 있겠는데, 진짜 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설날 시즌을 맞이하여, 행사장에 전집이 들어왔다. 무려 3일전, 민원이 하나 들어왔다. ”전집의 전 냄새 때문에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는데 머리가 아프다. 신고하겠다.“ 어이가 없다. 정말 ‘비정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그 생각을 말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많다. 마트에서 2년간 일하면서 하도 보다보니, 마트에서 점잖고, 예의 있는 고객들을 만나면 신기할 지경이다. 논리적이고, 일리가 있는 비판을 한다면 당연히 열린 마음으로 듣고, 개선을 해갈 용의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민원인들은 떼를 쓰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며 결국엔 ‘선물’(똑같은 상품을 새걸로 또 받아가거나, 원하는 상품 하나 달라고 하기)을 받아간다.


아직 30년도 살지 못한 내가 마트에서 그런 고객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저렇게 늙지 말아야겠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생각까지 성숙해지는 건 아니구나. 그 생각을 성숙하게 만드는 건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구나. 그걸 벌써부터 깨닫고 있다. 내가 봐온 우리 부모님은 한 번도 고객센터에 민원을 넣으러 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무슨 문제가 있어도 소리를 지르신 적도, 떼를 쓰신 적도 없었다.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라다보니, 그렇지 않은 어른들도 많다는 걸, 마트에서 일하면서 제대로 배우고 있다. 고객 앞에서 영문도 모르고 ”죄송하다“고 하는 그 직원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고, 감정이 있는 한 인간이라는 걸 알면 면전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말도 안되는 떼를 쓰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물론,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춘 좋은 고객들도 많다. 그저께 설날이 다가와서 마트에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한 고객분이 통합회원이 아니어서 상품 할인을 받지 못하셨다. 그래서 내가 통합회원 가입하는 걸 도와드렸는데,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계산대에서 통합회원 할인을 못 받는다는 걸 들었는데, 지금 여기서 제가 이 계산원분을 잡아두고 가입을 해달라고 했으면, 뒤에 줄이 저렇게나 긴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잖아요. 계산원분도 굉장히 당황하실테고. 그래서 그냥 일단 계산하지 않겠다고 하고, 눈에 보이는 직원부터 찾아나섰네요.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요.” 오랜만이었다. 이런 고객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무리 고객이 진상이라도 친절하게 대하려고 하는 나는 이 분의 점잖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투에 더 친절해질 수 밖에 없었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쉽게 끝날 수 있는 일들이다. 고객님의 말대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아직은 그 간단한 일들을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마트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평생을 모르고 지냈을 것 같다. 남들은 하기 어려운 경험인 것 같다. 사실 너무 어이없는 일화들이 많아서 이런 경험을 하는게 좋은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배운 것은 있다. 나는 진상고객이 되지 말아야지. 마지막 일화의 고객처럼 진짜 어른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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