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는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얼마 전에 해 본 인적성 검사에서 나의 다른 특성들에 비해 도전성이 현저히 낮게 나왔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시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택하는 성향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검사들을 할 때마다 이것이 나를 더 가둘까 봐 경계한다. “그래, 나는 이래.”라고 나를 한정 지을까 봐.
나는 사람의 성향이 정해져 있다고 믿지 않는다. 유명한 성향 검사인 mbti 검사를 해보면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이 나온다. 그럼 이 유형의 다른 사람들과 나는 완전히 똑같은가? 비슷한 면이 있을 순 있겠지만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묶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삶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는 말처럼 매 순간의 우리의 선택은 참 많은 것을 결정한다. 그래서 주위에 어떤 사람들을 둘 것인지, 무엇을 보고 들을 것인지 선별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
나는 설사 지금의 내가 도전성이 낮은 ‘상태’라 하더라도 앞으로도 도전하고 실행하는 것을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상태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도전성이 낮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나는 도전성이 낮은 상태이다.’라고 생각하는 건 곱씹어 볼수록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내가 지금의 모습을 정확히 인지하고 스스로 그 모습들을 깨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용기’라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나의 있는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용기, 그리고 이것을 깨고 나가기 위한 행동들을 선택하고 실제로 할 용기.
이제껏 나는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실제로 도전하지 못했던 것들에 아쉬워 한 경험들이 많다. 시도해보고 안 된 것이라면 몰라도 시도도 못해본 것들은 항상 후회가 남았다. 더 이상은 똑같은 느낌에 머무르기 싫었고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게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단 실행에 옮겨본다. 내가 실행하지 못한 것은 항상 생각이 많아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근에 만든 독서모임이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냥 하면 된단 것. 그러면 내가 그렸던 그림이 내 눈 앞에 실제로 펼쳐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여기서 갑자기 나이키의 just do it이 생각나버리는데.... 진짜네 이 말.
feat. 교실이야기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참 많은 것을 배우는데 ‘용기’에 대해 함께 나눴던 순간이 떠오른다.
한 아이가 체육시간에 있었던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하다 들통난 순간이 있었다. 반 아이들이 전부 “야 그거 아니잖아~!”라고 몰아가는데도 끝까지 횡설수설하며 고집을 부렸다. 순간 이 아이를 나까지 몰아세우면 얼마나 수치스러울까 생각했다. 속으로는 분명히 자신이 잘못했단 걸 알고 있을 텐데. 교사는 항상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것 같다. 그래서 “거짓말 그만해.”라는 말을 꾹 집어삼키고 “얘들아, 사실대로 말한다는 거 진짜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선생님도 거짓말해봐서 아는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데.”라고 말하자 아이의 눈이 살짝 흔들리는 걸 봤다. 그리고 용기 내서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잠시 후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잘못했어요..”라며 눈을 들지 못했다.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실수를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걸 인정할 용기가 없는 것이다. 이런 순간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그런 힘을 내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은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임을 매번 느낀다.
아이들이 평소 내게 빛난다고 말해주는 미덕은 사랑, 인내, 존중, 열정, 너그러움 등이다. 이런 부분은 내게 강한 부분이지만 도전, 책임, 꾸준함 등은 부족하단 걸 내면에서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나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 용기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참 어려운데,
한 발짝 용기를 내면, 좀 더 성장한 또 다른 나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