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소문의 거리

by 이승준

충주는 동네가 작다.


번화가의 면적도 작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도 그렇다. 한두 다리만 건너도 웬만하면 다 아는 사람들이고, 다 동창이고 선후배고 그렇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길 가다 마주친 사람이 우리 동네 마트 주인이고 그것마저 아니라면 이사 오기 전 아파트 상가 주인이거나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거나 이웃사람이거나 그것마저 아니라면 둘 중 하나는 타지에서 온 사람일 거다.


우리 집은 충주 시내에서 총 세 번 이사를 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처음 내려갔던 날, 마트에 뭔가 사러 갔더니 나에게 반갑게 아주머니가 인사를 한다. 많이 컸다면서. 아니 이 사람은 나를 언제 봤을까. 그저 웃으며 잘 지내셨냐는 이상한 인사로 어물쩍 넘어가고는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알고 보니 내가 이사 오기 전의 전의 전 아파트 상가에서 슈퍼를 하던 부부가 자리를 옮겨 이곳에서 마트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 그게 언젠데 그걸 기억하는지.


길을 가는데 누군가 길 건너에서 나를 보며 굉장히 반가운 얼굴로 팔을 크게 휘두른다.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걸로 봐서는 다른 사람을 착각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보냐며 이 좁은 충주 바닥에서 그동안 얼굴도 안 보이고 어떻게 살았냐고 마구 쏘아붙인다. 나는 누군지도 모른 채 과장된 몸짓으로 반가움을 표해야 했다.


알고 보니 중학교 동창이었다. 그런데 같은 반도 아니었는데 나를 어찌 그리 반기는지, 그 오랜 기억이 어떻게 남아 길 건너를 걷는 나를 발견하게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를 지나친 경찰차 한 대가 멈춰 서서 경적을 울린다. 뭘 잘못했나 하고 생각하는데 경찰차에서 익숙한 내 어릴 적 별명이 들린다. 뭔가 하고 가봤더니 조수석에는 내 군대 후임이었던 한 명이 조수석에 타고있고 고등학교 동창이 운전석에 앉아있다.


어딜 가도 아는 사람인 건 참 재미있는 경험이다. 하루에도 모르는 얼굴 수백, 수천을 마주해야 했던 서울 생활과 달리, 이곳 충주 사람들은 매일 보는 얼굴들이니 익숙한 탓에 기억과 아는 척도 예전 시간 그대로에서 좁게 갇혀있던 모양이다. 얼굴을 눈에 익히고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그게 일상이니까.


물론 좁은 거리만큼 빨리 퍼지는 사람들 사이의 소문은 조금 슬플 때도 있다.


마트 주인은 사기를 크게 당해 커다란 매장을 정리하고 시내에서 떨어진, 규모가 더 작은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중학교 동창은 고등학교 올라가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졸업한 지가 오래인데도 친구 하나 없이 외톨이로 지내는 중이라고 한다.


내 이야기는 이 동네 어디에서 어떤 말로 퍼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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