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농원을 가던 중에 창밖을 슬쩍 보시더니 이때 가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뜬금없이 무슨 말씀이지? 하다 보니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셔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시곤 날을 잡으셨다. 나는 도착할 때까지 우리가 어딜 가는지 모르고 따라나섰다. 도착한 곳은 문광저수지. 충주를 살짝 벗어난 옆동네 괴산군에 있는 저수지이다.
매번 출근길에 있는 강 옆 은행나무길이 멋있어서 드라이브를 가려다, 이왕 가는 거 작정하고 좀 예쁜 곳, 단풍 지기 전에 보러 가자며 나선 것이었다. 도착한 저수지에는 사람들이 이미 꽤 있었다. 차들이 도로를 따라 쭈욱 서있고 중간중간 옥수수나 무언가 주전부리를 파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숨통 트이게 만드는 저수지와 그 한쪽 면을 따라 길게 뒤덮은 노란색 은행나무들이 나를 반겼다.
와 이 정도면 냄새가 날 법도 한데. 하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밀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다. 아직 열매가 안 떨어진 탓인지 관리가 잘 되고 있는 탓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은행 특유의 독한 냄새보다 물을 지난 바람 냄새가 개운하게 지나갔다.
저수지에는 가운데까지 갈 수 있도록 끝이 끊어진 긴 다리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 끝에 닿으면 저수지 한가운데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무가 삐걱하고, 그 양 옆에 저수지에 띄우기 위해 채운 공기통 같은 것이 흔들흔들하며 끊임없이 파문이 인다. 파문 사이사이에는 멀리도 떠내려온 은행나무 잎이 보인다. 어디에서 떠내려왔나 고개를 들어 쭈욱 따라가면 양옆으로 길게 뻗은 은행나무 장벽이 보인다.
바람이 불고 은행잎이 노랗게 흩날린다. 천천히 저수지를 빠져나와 그 나뭇잎 사이로, 은행나무 사이로 걸어보았다. 좀 더 풍성할 때 오면 좋았을걸, 하고 아버지는 아쉬워했지만 나는 이 가을에 이런 단풍 사이로 걸을 수 있는 사실에 매우 만족했다.
아 가을이구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