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9. 버려진 마을.

by 이승준

약간은 무거운 이야기를 해보자.


충주를 대표하는 것에 무엇이 있느냐 하고 물으면 당연히 첫 번째는 사과였다. 지금은 페이스북이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지만, 충주 하면 사과, 사과하면 충주라는 오래된 슬로건은 충주 사과의 자부심 그 자체였다. 그런데 사과 말고 더 유명해질 뻔했던 게 있었다.


온천.


수안보에는 온천으로 이미 유명했다. 그 온천을 중심으로 온갖 즐길거리를 만들어주었었고, 열악하지만 운영되고 있던 스키장은 이 좁은 동네에 얼마나 관광으로 사람이 모여들었는지 대변해주는 랜드마크였다. 이런 수안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온천이 또 터지기 시작했다.


내가 살던 앙성이라는 작은 면이었다.


누구네 집에 온천이 터졌네 하면서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 마냥 들뜬 사람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이 곳도 비록 면이었고 캐는 돈이 파는 돈보다 많이 들어가 여기저기 버려진 수정 광산의 동네였지만 이걸 빌미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허허벌판에는 부동산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산 밑에는 본 적 없었던 호텔과 모텔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산 꼭대기에는 으리으리한 콘도를 세웠고 비탈길로 내려와 보이는 논밭은 정말로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이렇게 한 마을이 발전하는 걸까 싶었다.


IMF. 딱 그 시기이다.


한창 건물이 여기저기 올라가고 오픈을 위해 박스를 쌓아두던 수많은 유흥시설이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모두들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도망갔겠지. 투자한 사람도, 투자를 받은 사람도, 투자를 받은 사람에게 투자를 받은 사람도 모두가 짠 듯이 일순간 사라졌다.


부동산은 매일 불을 끄고 살았고 오픈도 전에 폐허가 된 호텔들은 그 마을 아이들의 건전하지 못한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모든 게 버려졌고 원래 온천을 하던 목욕탕 몇 군데만 동네 손님 상대로 영업을 계속할 뿐이었다.


아직도 이렇게 충주에는 버려진 건물이 군데군데 보인다. 아마도 그 당시에 받았던 타격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도 해본다. 책임자가 도망가고 연락이 되지 않아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되어버린 애물단지 같은 건물들은 그 시절을 그대로 머금고 멈춰서 있다.


이 마을을 다시 만들 수는 없을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내가 가진 꽤 큰 소망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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