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반짝 Apr 19. 2021

술에서 깨는 장면을 쓸 때.

술에서 깨면 보통 나는 속이 쓰리거나 팔다리가 아프다. 아마 알콜 분해시 생성된 젖산 때문일 것이다. 소주는 마시지 않고 맥주와 위스키를 마시는데, 사실 맥주도 점점 더 못 먹게 되는 바람에 위스키를 더 마신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술에서 깨는 장면을 쓸 때 나는 종종 숙취에 대해 구구절절 적고 싶어진다. 왜냐면 나는 건강맨이니까... 관심분야니까. 예를 들어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글을 쓸 때 패션에 관한 부분이 구구절절 들어간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간혹 숙취에서 깨는 장면을 쓸 때, 이렇게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ㄱ이 눈이 뜨자마자 속이 메슥거리는 게 느껴졌다. 팔에서도 통증이 느껴졌다.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생긴 젖산때문이리라. 안주를 먹었다고는 하지만 어제 결국 남의 술병을 빼앗아서 벌컥벌컥 들이킨 게 타격이 컸다. 

'그러게 왜 쓸데없는 짓을 해가지고는...'

하지만 눈 앞에서 술을 그렇게 들이키니 그저 깜짝 놀라서 몸이 먼저 나섰을 뿐이다. 평소 자신의 주량을 과신하는 탓이기도 했다. 아마 평소에 얼굴이 잘 빨개지고 술이 약한 사람이었다면 앞에서 그렇게 술을 들이킨다고 다짜고짜 병을 빼앗진 않았겠지. 자신의 알코올 분해 효소를 너무 믿었다. 일단 알코올이 한번 몸 안에 들어가면 신체는 알코올을 분해시키는데 총력을 다 한다. 당연히 몸에 전체적인 영향이 생기기 마련이다. ㄱ은 우선 물을 찾았다. 그건 좋은 선택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숙취를 해결해주는 것은 시간뿐이었으므로 ㄱ은 오늘 하루 종일 괴로울 예정이었다. 


막상 써보니 과히 나쁘진 않은데. 아니 사실 나쁘다. 알코올이 문제가 아니라고! 술을 마시고 ㄴ에게 너무 많은 속내를 털어놓은 것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면서 감정이 진전되어야지!!!  


게다가 지금 내가 쓰는 글은 배경이 판타지 동양이며 7-8세기 정도다. 물론 고증을 다 지킬 수는 없다. 고증을 다 지키자면 남주 여주의 나이가 15 16세가 되어야 하는데 그럼 내가 잡혀가거든. 하지만 동양풍 판타지는 기본적으로 약간은 무협 약간은 도교적인 세계에서 진행이 된다. 거기서 '알콜' '효소'같은 단어를 쓰면 분위기가 깨진다. 고증은 좀 틀려도 된다. 내적 정합성도 야아아악간은 안 맞아도 된다. 그럴 수 있는 영역이 생각보다 넓다. 하지만 분위기 깨면 사형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그는 낮게 목을 울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