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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Oct 10. 2021

문단문학의 자존심

제목은 저렇게 적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인스타를 보다가, 어느 웹소설 작가가 등단을 했는데(신춘문예 뚫었나봄) 자존심이 상한다는 어느 문창과 학생의 글을 봤다. 웹소가 문장이 어쩌고 저쩌고... 웹소 작가를 등단 시켜주다니 예술가로서 자존심이.. 문단은 자존심도 없냐.. 철저하게 걸러야 한다 그런거였는데 음음. 뭐. 등단 이후에 필명으로 웹소 작가 하는 사람이 없겠어요, 그 반대는 없겠어요. 


나를 포함 글쓰는 친구들 어차피 다 돈 없어서 가성비 인재 되고 이 글 저 글 분위기와 양식 맞춰서 이 문장 저 문장 구사하게 된다. 나는 "고로쇠 나무 수액이 폭포수처럼 콸콸콸!"과 "우당탕탕 뛰어가는 다이앤의 뒤통수를 데이빗이 한숨을 쉬며 쳐다보았다."와 "확실히 ㅇㅇ비타민을 한달쯤 먹고 나니 피로랑 눈떨림이 많이 줄더라구요~" 및 "잠시 후 오후 2시 반에는 이곳에서 나만의 책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단다! 으하하하!" "ㅁㅁ시민에겐 익숙한 근대문화유산이지만, 정작 이곳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그 중에는 아무 가해자도 찾을 수 없는, 혼자서 홀연히 사라져 버린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이 있었다." 같은 문장을 쓸 수 있다. 용도에 따라서 다른 스킨을 끼우는 일에 아주 익숙하다. 이렇게 저렇게 하다보면 문장이 망가질까 겁을 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월세와 핸드폰 요금을 못 내게 되는 일에 비하면 문장이 망가지는 것은 별로 무섭지 않다. 이야기가 망가지는 건 무섭겠지만. 아무튼 그러다보면 뭐, 쓰고 싶은 거 쓰면 되지~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아무거나 하지 뭐~ 쓸 수 만 있으면 다이죠부데스요~!(글 쓰는 많은 친구들이 오타쿠거나 전 오타쿠임)


아마 그런 글을 쓴 사람은 아직 이것저것 많이 못 겪어본 듯하다. 문단 문학은 어떤지 장르 문학은 어떤지 상업 문학은 어떤지, 또 글쓰기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자신이 무엇이 될지 모르는 채 막연히 뭔가가 겁나서 화가 났겠지. 나는 아마 그 글의 작성자가 오히려 그렇게 자존심을 지키면서 글을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돈이 없어서 여기저기 치이고 깎여서 이래저래 무뎌진다는 건 그만큼 고생을 한다는 건데, 고생은 남에게 권할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사실 정작 대다수 웹소설 작가들은 별로 등단에 미련이 없으니 작성자 말대로 웹소 작가를 '철저하게 걸러낸다'고 해도 뭐... 그럴 것이다. 그 글의 작성자가 등단을 하든 뭐든 해서 부디 억하심정이라는 괴로움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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