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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Feb 14. 2019

가능성은 됐고요 일은 좀 해 보셨는지.

아니요 저 그런 얘긴 한 마디도 안 썼는데...

자소서를 서너번 썼습니다. 지원한 것도 있고 지원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한 군데서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았고, 떨어졌어요. 다른 곳에 지원을 했는데 아차, 분류에는 '신입'이라고 되어있었지만 채용공고를 다시 잘 읽어보니 요구하는 경력사항이 많았어요. 헛수고를 했다고 마음을 접었죠. 그리고 또 다른 회사에 지원하려고 궁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자기 소개서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가야 하나 하고요. 


기약은 없고 불안은 큽니다. 평생을 불확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구직은 그거랑은 좀 다른 일이에요. 작가가 되는데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죠. 기약은 없지만 내가 지금 쓰는 것 하나하나가 다 쌓이고 남고 내 커리어가 됩니다. 구직은 그렇지 않네요. 탈락한 자소서는 버리는 글이고, 올해까지 안 되면 내년엔 더 안 될거예요. 나이만 많고 경력은 없으니까. 신입 뽑는다고 해서 눌러봤는데 구글 애널리틱스도 써봤어야 하고 자산 규모 몇 억 이상 회사에서 얼마정도 일을 했었어야 하고 이미 구독자 수가 얼마인 유튜브 채널도 있어야 하고 뭐가 많이 써 있더라고요. 


스스로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고, 포텐셜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구직시장에 나서보니 자질도 잠재력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미 완성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거예요. 


저는 제 나름대로 이것이 장점이다 하고 내보이는 게 있었는데 구인하는 입장에서 원하는 건 그게 아닌 것 같고요. 당장 들어와서 영상 찍어서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릴 수 있는지가 중요한거고. 제가 이러저러해서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말해봐야 저쪽에서 근데 ab테스트는 해봤어요? 라고 물어보면 저는 아니요... 들어만 봤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함정이 뭔가 생각해보니 신입 밑엔 인턴이 있는 것입니다...

인턴을 뽑는 회사를 찾아야 합니다... 왜냐, 경력 없는 신입은 아무도 안 뽑으니까요.... 


그럼 이 시점에서 또 오만가지 생각이 듭니다. 인턴으로는 뽑아줄까. 인서울 4년제 대학 나온 남자애들이 차고 넘치는데 내가 낸 서류를 제대로 보기나 할까. 미친년 육갑 떨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냥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받으면서 한해 한해 딱 최저임금 오르는만큼 월급 받으면서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사는 그게 내 인생인 걸 인정하고 계속 그렇게 살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고요. 인생 조진지 한참 되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애쓰는 내 꼬라지가 얼마나 웃기고 추할까 같은 생각도 듭니다. 글쎄 누가 본다고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들어요. 


아무튼 그래서 이상하게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게 많아야 하는 신입 채용공고는 보기는 보는데, 오늘부터 인턴쪽으로 더 이력서를 넣어보려고 합니다. 인턴은 그냥 인턴이고 정규직 전환자리는 아니지만 아무튼 29세는 10개월 남았고, 6개월 인턴을 마친 다음에도 기회는 있겠죠. 그러다가 9,10,11,12월이 그냥 무직자인 채 흘러가면, 글쎄요. 



근데 진짜 서른 되면 아무 회사에서도 안 뽑아주는지 그게 궁금하네요. 다들 그렇게 말했거든요. 그럼 나는 진짜 굶어 죽나? 어떻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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