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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Mar 04. 2019

떨어지는 중입니다.

후드득 후드드득

지난번 너무 힘들다 신입한테 뭐 이렇게 요구 사항이 많냐 아 그렇군 나는 인턴부터 지원해야겠다 등등의 이야기를 한 이후로 약 2주간이 지났습니다. 저는 그 사이 18일에 한번 25일에 한번 지원을 했고요.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지원을 하고 있군요. 좀 더 열심히 지원을 해보고자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잘 되지 않습니다. 이력서 하나를 쓸 때마다 머리를 쥐어짜야 합니다. 그래도 좀 익숙해졌습니다. 회사에 대해서 조사하고, 무엇이 하고 싶고, 어째서 이 회사가 가고 싶고, 그런 것들을 조합해서 한 방향으로 글의 초점을 모으는 일은 하다보면 조금 즐겁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쓰는 건 이력서 쓰기 싫어서 그렇지만요. 그냥, 누군가, 나의 자질과 재능과 장점과 열정을 그냥 알아봐 주어서 나를 데려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저도 남의 재능과 자질과 장점을 그렇게 그냥 알아보는 일은 없으니까요. 재능있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지만 그런 사람이 하늘에서 후두둑 떨어져서 저에게 먼저 친구하자고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늘 저의 적극성이 저를 이롭게 하지요. 

이 회사 정말 가고 싶다! 너무 가고 싶다! 하는 곳일수록 요구사항이 많았습니다. 좋은 회사는 좋은 사람을 뽑고 싶어하겠죠. 당연히. 저는 실망하고 화내고 이렇게 이력서 쓰는 것을 미루고 브런치에 끄적거리면서도 내심 제가 잘 할거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어요. 애초에 그런 이상한 자신감이 없었으면 구직도 안했을거고 글도 안 썼을겁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괜찮은 인재라는 것을 보여줄 방법이 사실 없습니다. 저 자신을 증명해 보일 방법이 아주 적습니다. 그게 글과 서류로 나오지 않으면 회사에 전할 수가 없잖아요? 구슬이 서 말이 있다고 해서 목걸이가 있는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늘, 나는 구슬이 서 말이나 있는데! 하면서 한숨을 쉬고 있는 것입니다. 꿰기가 어렵고 힘들고 안해봤고... 핑계와 이유가 산처럼 있습니다. 

아들에게 지금 노력하는 법을 안 배우면 스포일드 차일드로 자라서 못난 백인남자 될거라고 말하는 에이미(...)


너무 어렵고, 이렇게 이력서 혹은 포트폴리오가 안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히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아서고, 이룬 게 없고,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낮에 기분 좋을 때 생각하면, 잘못 산 것 까지야 없어요. 안 하던 걸 하려니까 어렵지.) 나는 쓰레기라고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옆에서 친구가 아니 그래서 안할거냐, 다른 방법 있냐, 하는데 맞는 말인 걸 알면서도 이만큼 짜증이 납니다. 아, 아는데, 할건데, 그치만 나는 쓰레기야 어헝헝. 아까 누가 구슬이 서 말이라고 했지요? 그건 다 말똥일거예요. 구슬은 웬 구슬. 

하지만 어렵고 힘든 것을 하지 않으면 계속 그 자리에 있어야 하잖아요. 안 하던 것들을 해야 못 얻어본 결과를 얻게 되잖아요. 그래서 계속 해야 합니다. 기왕이면 스스로에게 화를 좀 덜 낼 수 있으면 좋기는 하겠어요. 하지만 소가 화를 내면서 밭을 갈든 춤을 추며 밭을 갈든 밭 갈면 되었지요.

안 될 이유는 산처럼 많고 그걸 모르고 시작한 것이 아니지요. 그러니까 오늘도 이 연봉에 나를 쓸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랍니다 같은 마음으로 자소서를 갈고 있습니다. 무쇠같은 자소서도 바늘이 되어 어딘가에 푸우우욱 찔러넣는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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