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반짝 Jan 02. 2021

안 맞는 것

안 맞는 것도 있지. 

어제는 떠들다가 새벽 4시가 넘어서 잤고, 오늘은 그 때문에 초저녁부터 졸렸다. 그러더니 막상 잘 때가 되어 누우니까 공기가 답답하고 더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소설을 좀 읽었다. 지금이라면 다시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블로그에 들어온 건 그냥 좀 생각난 걸 짧게 적어두기 위함이다. 


어떤 사람들이 해방구로 그리는 세상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숨막힌다. 예를 들어 나는 무한정 폭력이 허용되고, 또 내게 막강한 힘이 주어지는 세상에 대해서 꿈꾸기를 좋아하지만 평화를 사랑하고 갈등을 싫어하는 내 친구에게 그 이야기는 너무 무시무시한 지옥이다. 나의 다른 친구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을 꿈꾸는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물론 나도 잘 정제된 것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곱고 예쁜 것과는 좀 차이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잘 만들어진 것들이고, 그건 아름다움과는 좀 다른 것이다. 엄청 잘 만들어진 것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획득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호미는 잘 만들어진 도구지만 그게 딱히 아름답진 않으니까. 


그렇게 조금씩 차이들이 있지만, 정말로 안 맞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강하게 느껴질때도 있다. 오늘 읽은 소설도 그랬다. 그냥 안 맞았다. 전개도 괜찮았고 읽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냥 나와는 맞지 않았다. 맞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다. 아무튼 무엇이 어때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만큼은 되고 싶지 않다. 특히나 글의 경우는 더 그렇다. 여기서 왜 이런 전개를 했지? 여기서 왜 개연성이 이렇지? 싶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글은 오로지 쓰는 스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전개와 개연성이 나아가는 방향이 글쓴 사람이 그 글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선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점에 대해서 여기는 반드시 이랬어야 한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왜냐면 그렇게 가르치는 자가 있었으므로) 


그리고 이건 완전 다른 이야기인데, 예전에 알고 있던 어떤 사람이 한국 작품들은 작가가 지나치게 반영되어 있어서 징그럽다고 했었다. 그래? 글쎄. 하고 말았다가 얼마 전에 든 생각인데, 한국 독자니까 그게 잘 읽히는 것 뿐이다... 그렇게 따지면 닐게이먼 작품도 징그러워.... 

매거진의 이전글 주간 김폴짝 완전판 펀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