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뭐 어때!

누가 뭐래?

by 꿈쟁이
꿈이 생겼다. 이 나이에 꿈을 꾼다는 거....
음... 진짜.... 진짜.... 어색하다.

"화가가 될 거야." 정말이지 온 몸이 오글오글하다. 취미로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나이가 많든 적든 무슨 상관이겠어. 그런데 난 취미가 아닌 이걸로 경제적인 부분을 감당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품었다. 이게 얼마나 웃긴 발상이냐면 난 그림을 배운 적 없다. 그림을 그려 본 일도 없고. 뭐.... 어렸을 때 아이 숙제를 좀 돕기는 했었지. 보통의 엄마들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누군가에게 그림을 배워 볼 생각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말도 안 된다. 그런데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물론, 맘 먹는다고 입 밖으로 내뱉었다고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쯤은 잘 알고 있다. 밤하늘의 별과 달을 향해 골백번 소원을 빈다 해도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내게 있어 문질러 볼 수 있다면 모를까.

일단 1000장만 그려보자 하고 그리기 시작했던 그림 중 하나


만약 스물세 살 아들이 이런 소리를 했다면 아마도 아들의 등짝은 남아나지 못했을 테지.
첫째, 그림 그려서 먹고살겠다고? 웃긴다.
둘째, 너 그릴 줄 알아? 배웠어? 잘 그린대? 전공을 해도 될까 말까 한데 그냥 하겠다고?
뭘 믿고 그렇게 용감하니?....
세상 일이 네가 품은 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란다.
뭔가 네가 살 길을 만들어 놓고 그다음에 시도해도 늦지 않아

하는 온갖 협박과 감언이설로 아이의 뜻을 돌이키려 했을 것이다.

내의 사랑하는 고양이 아라 (빠른 드로잉 연습)


2021년 12월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선언했다. 이모티콘 작가가 되겠다고 그림 몇 장 그려보더니 그림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런데 그때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쉰 살"이라는 나이 때문이었다. 곰곰 생각해보면 난 살면서 "지뢰"를 밟지 않기 위해 무척이나 조심했다. 윈도우즈라는 운영체제가 처음 선보였을 때 함께 탑재되었던 게임 중에 "지뢰 찾기"라는 게임이 있다. 요즘도 있나? 그건 모르겠다. 아무튼 머리가 복잡할 때, 시간을 죽여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을 때 딱 좋은 게임이다. 규칙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서사가 있는 게임도 아니다. 그저 지뢰를 피해 클릭만 하면 그만이다. 클릭했는데 지뢰일 수 도 있다. 그럼 게임오버. 새 게임이 시작되면 아주 대범해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구 클릭한다. 겁내지도 않는다. 그러다 게임 막바지가 되면 초집중. 이렇게 저렇게 이웃한 칸을 면밀히 따지며 지뢰를 피하려 애쓴다. 마우스를 쥔 손바닥이 축축해지기도 한다. 마지막 이것만 죽이면 되는데... 다 되었는데... 젠장 지뢰를 밟았다. 뭔가 벌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이 끝나면 다시 하면 된다. 그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게 그렇게 싫었다. 지뢰를 밟는 게 마치 실제인양 그랬다. 좋게 말하면 실용적인 사람이고, 좀 빈정거리면 겁쟁이... 맞다 겁쟁이. 지지 않는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나는 겁쟁이 었다. 게임에서 진 나를 어떻게 추슬러야 하나....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그런 상황과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다.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 언젠가 나도 이렇게 되겠지 지금은 어설퍼도

내 부모의 가난은 대학생 시절까지 나를 내내 가난하게 했다. 대학 졸업 후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 입사하고 겁 없이 빚을 내어서 결혼을 하고 집을 샀다. 그때는 가난한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최선의 방법은 결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결혼을 하면서 가난한 내 부모를 멀리멀리 떠나왔다. 겁쟁이....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내 등의 짐으로 점점 힘들어졌다. 빚으로 시작한 나의 결혼 생활은 내내 나를 두렵게 했다. 그렇게 나는 에누리 없는 사람이 되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빚도 갚도, 아이도 키우고, 양쪽 부모님도 살펴야 했다.


고개 들어 허리 펴고 한 숨 쉬었다 가자 휴우~ 내쉬고 보니 내 나이 쉰 살이더라. 갈팡질팡 하지 않을 나이 불혹(不惑)을 한참 지나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쉰 살. 나는 뜻을 알기는 커녕 끝 모를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제야 용기를 낸 것이다. 까짓 잘 안되면 어때. 해 보지 뭐....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될 거야" 꿈을 꾼 그날
결심했다.
일단 1000장만 그려보자.
그리고 판단하자.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동작의 비밀은 낡은 토슈즈와 상처 난 발





keyword
이전 06화여름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