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티었다

쉰 살 그래도 삶은 겁이 난다(2)

by 꿈쟁이

꽃기린의 꽃말은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

그래서일까

추운 겨울

베란다에서 외진 구석에서 잘 버티었다.

올해도.

근근이 견디어내더니

하얀 꽃을 피웠다.

기특하네.

토닥토닥.


한 달 전쯤일까.

남편이 베란다에서 화분을 정리하다

너무 많이 자랐다면서

꽃기린의 가지를 툭툭 잘라냈다.

베란타 세탁실에서 세탁물을 정리하던 중

구석에 밀쳐져 있는 잘린 가지를 보았다.

곧 쓰레기봉투에 들어갈 운명.

왠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주변을 두리번 둘러보다

마침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미니 장미가 심긴 화분이 눈에 띄더라.

그래서 무심코

아주 소심하게 별 기대 없이

툭 던졌다. 화분 안에.

그렇게 생사를 알 수 없는 장미의 화분 한켠에

잘려진 꽃기린은 셋방살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잘 살고 있네. 기특하다.

매년 진딧물에게 시달려 올해는 힘들겠구나 싶었던

장미도 여리지만 노란 꽃을 피웠다.

함께라서 살 용기가 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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