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다섯 번째 그림책(7)

by 이경아

어렸을 때, '시간'이라는 개념이 너무 어려워서

골머리를 썩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과학시간'이라는 말이 익숙할 테지만

내가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자연 시간'이었다.

나무 쪼가리, 금속 쪼가리가 든 '물체 주머니'를

챙겨 가야 하는 시간.

기억에 남는 실험이라고 해봐야

야외에서 빛을 모았던 실험 정도.

검은색 비닐봉지에 든 감광지 한 장 꺼내어

햇빛 아래 돋보기를 비추면 빛이 모아진 그곳엔

파란 불꽃이 작게 일렁이고 곧 연기가 피어오른다.

과거 우리의 조상들이 부싯돌 두 개를 부딪혀

불을 만들었다면 국민학교 2학년(3학년이었나? 기억이 가물가물) 꼬마는 검은색 종이와 돋보기 하나면

이글거리는 태양 불을 내 앞으로 가져올 수 있게 된 거다.

불놀이가 한창 재밌을 나이(요즘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만)였기 때문일까?

그 실험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 빛이 시간의 시작일 수 있음은 까맣게 모른 채 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이라는

개념이 사람들의 약속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감광지와 돋보기 실험 이후로도 한 참 뒤의 일이다.

그제야 납득이 가더라.

우리가 늘상 쳐다보는 시간의 실체가.

밤과 낮의 패턴을 관찰하여 24 등분하여 '시'를 이루고

또 각각의 시간을 60 등분하여 '분'을 이루었구나.


그렇다고 모든 것이 명쾌해진 것은 아니다.

시간이라는 표현의 약속만 알았을 뿐

그 본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구인의 입장에서야 해 뜨고 해 지고 이겠지만

망망한 우주로 나가면 해가 뜨고 지는 것 따위가

대수이겠는가.

시간은 무슨 의미일까? 여전히 머리가 아픈 주제이다.

요즘도 시간은 나의 흥미를 돋운다.

그래서 시간에 관한 책과 영화를 자주 찾아본다.

최근엔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을 읽기 시작했다. 뭔가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는 것이 있겠지 하는

기대를 해본다.


몇 해 전에 보았던 영화 '컨텍트'도 시간을 다루었다.

칼 세이건의 '컨텍트' 말고 테드 창의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컨텍트'.


수학에서 '위치'를 미분하면 '속도'가 된다.

또 속도를 미분하면 '가속도'가 된다.

역으로 속도를 적분하면 '위치'가 된다.

선을 적분하면 면이 되고

면을 적분하면 부피가 된다.

이 모든 개념엔 시간이 자리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돌멩이는 어떠한 힘에 의해

자갈이 되고 모래가 된다.

또 어떠한 힘에 의해 커다란 바위가 되기도 한다.

낙엽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되어

어떤 식물의 양분이 되고

또 그 식물의 몸을 이룬다.

동물은 그 식물을 먹는다.

일부는 자신이 되고 일부는 배설한다.

이 모든 일에는 반드시 시간이 개입되어 있다.

영화 '컨텍트'에서는 외계인(헵타포드)과

대화를 하기 위해 시간을 방향을 지닌 선형적인 개념이

아닌 원형으로 보았다. 시작과 끝을 특정할 수도

추측할 수도 없는 원형으로 보았다.

어디에서 시작해도 무관한 원.

이제 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스틱 씨가 '시간 여행'을 결심했다면

그가 기억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1. 시계를 챙길 것. 그림을 자세히 보면

목걸이형 시계에는 바늘이 없다.

2. 시계와 함께라면 활활 장작불이 불타는

난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3. 난로는 이동 통로이다.

불타는 곳이라면 어디나 난로가 될 수 있다.

4. 돌아와서는 여행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한다.


스틱 씨가 바늘이 없는 시계를 지니고

난로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여행이 시작된다.

과거일지 미래일지 알 수 없다.

타 오르는 불꽃에 하퍼 씨의 몸은 산화된다.

새로운 시간과 함께 하퍼 씨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여행의 끝도 언제일지 하퍼 씨는 알지 못한다.

우연한 어떤 기회에 다시 되돌아올 것이다.

첫 번째 여행에서 하퍼 씨는 물고기가 되었다.

물고기가 되어 어부의 탄식 소리를 듣게 된다.


위기에 처했을 때 벽난로로 뛰어들었다.

이로써 첫 번째 시간여행이 끝났다.


타오르는 벽난로로 뛰어들었던 하퍼 씨는

시간과 시간의 틈 어딘가에서 잠시 머물러 있게 된다.

그곳은 어쩌면 꿈속 어딘가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리고, 다음 여행 때는 박쥐의 모습일 것이다.


어쩌면 말이다.

우주가 태어나고 죽고,

별이 태어나고 죽고,

생명이 태어나고 죽고,

시간은 원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지구를 벗어나지 않는 한 내가 죽으면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또 그 배설물은 식물의 먹이가 되어 식물이 되고

동물은 식물을 먹고 몸을 이루고... 사람을 이루고....

이 모든 시간을 모아서 작은 모델로 만들면 결국 돌고 도는 셈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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