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하는 시간

난 그림으로 사치한다

by 이경아

아침부터 나의 사치는 시작된다.

가족들 아침밥을 챙기고 대충대충 치우고 나면 나의 시간이다.

나의 고양이 아라가 주로 오전에 잠을 자기에

서둘러 사치스러운 나의 오전을 준비한다.

언제나 따끈한 모닝커피는 진리다.

원두를 분쇄기에 갈아내고

드리퍼에 조심스레 담아

한 방울 두 방울 따끈한 물을 떨어뜨려 뜸을 들인다.

뜸 들이기를 기다리는 1분여의 시간도 바삐 움직인다.

맥북과 태블릿을 거실 테이블에 펼치고

작은 접시에 커피와 함께 할 비스킷을 담아낸다.

또로록 물을 붓는다.

한껏 부풀어 오른 커피 빵(?)이 서서히 꺼지면 드리퍼로 커피가 추출된다.

아끼는 머그잔에 커피를 가득 담아 거실 테이블로 이동한다.

맥북을 열고 포토샵을 실행시키고

머릿속 이야기를 그려낸다.

하루 네댓 시간.... 사치스러운 시간이다.


엊그제... 어제... 오늘... 내일...

날마다 희끗희끗 흰머리는 늘어나겠지.

그래도 괜찮다.

검은 머리칼, 팽팽한 피부... 소위 말하는 젊음.

바꾸고 싶지 않다. 오늘 나의 사치스러운 시간과.

젊었을 그때는 몰랐다.

내가 이렇게 사치스러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줄을.

조금 더 사치가 허용된다면

물감이며 스케치북이며...

늘어놓고 그림 그릴 수 있는 그날을 바라본다.


나의 사치의 결과물. 이곳에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일터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늑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