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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쟁이 Dec 09. 2022

나는 뼛속 깊이 언더다

그렇지만 만족한다

아주 오래전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냐고?

모두 알다시피 그림은 돈이 있어야 한다.

가난한 나는 주장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애초에 그런 생각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지냈다.

후회하지 않았느냐고?

전혀, 좀 더 커서 생각해보니

절대로 최고의 화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했구나

싶더라.

평범한 진로를 선택했기에 취업도 하고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었다.

그러니 절대로 후회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 조금은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즈음...

내 아이가 중학생 되어 진로를 고민할 즈음...

그림을 향한 시선이 조금은 관대해지더라.

소위 말하는 대가들만의 세상은 아니구나.

생활용품이나 문구 의류 등등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보였다.

어쩌면 최고의 화가들만 필요한 것이 아니겠구나.

그래서 혹여 아이가 그쪽 진로를 선택한다 해도

딱히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 역시 그쪽으로 진로를 정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한참 후

그러니까 작년 이맘때 이모티콘을 만들어 보려다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내가!

끄적끄적하던 것들을 인스타그램에 하나 둘 올렸다.

그림 연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매일매일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올리는 것이라 하더라.

요즘 젊은 아이들이...

그래서 여태껏 해보지 않았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조금은 야무진 꿈을 꾸었다.

나도 작가가 될 거야. 매일매일 연습해서 나도 할 거야.

하고 있는 일도 있고, 집안 일도 해야 하고,

가족들도 챙겨야 하는 나는

시간을 쪼개 쓸 수밖에 없었다.

지금 못하면 죽을 때까지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참 부지런히 열심히 그렸다.


막연히 그림을 그렸었는데 조금씩 생각이 구체화되더라.

그래서 지금은 두런두런 말 많은 이야기를

그리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 되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더욱 좋겠다 싶은 생각도 했다.


나도 안다.

그림을 배워 본 적 없기에 기본도 없고 기초도 없다는 것을.

그래서 소위 말하는 위대한 그들과 견주어 볼 생각은 터럭만큼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는 언더(Under)였다.

네이버 그라폴리오에도 내 작업물을 주기적으로 올리는데

그곳에서의 아이디는 "야매 작가"이다.

위대한 프로가 될 수도 없고 될 생각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생각했기에

내 아이디는 "야매 작가"라 했다.

그럼에도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세상엔 호화로운 오페라 홀에서의 값비싼 공연보다

길거리 버스킹이 훨씬 즐거운 이들도 있더라.

물론 그만큼을 지불할 능력이 없어서일 까닭이 크겠지만.


나는 그런 작가가 될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는 것처럼

봐도 봐도 모르겠는데

비싼 그림이라 하니

억지 감동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언더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물론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야겠지만.

그러니 나를 보고 기본이 없다 비난하지 말라.

나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니.


최근에 변화를 주고 있다.

내 그림이 더 재밌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After Effect를 공부하고 있다.

물론 또 독학이다.

아... 감사한 스승이 계신다.

바로 유튜브. 책 한 권과 유튜브 채널 찾아가며

일주일에 2회는 반드시 한 꼭지씩 공부하고 있다.

어제가 바로 4회 차...

어렵다 많이. 눈도 침침한데 메뉴며 아이콘들이

작아도 너무 작다.

아주 많이 섬세한 프로그램이다.

좀 더 지나 프리미어도 공부하려 한다.

재밌는 세상이다.

학습 2일 차 (첫째 날은 완성된 작업물이 없다. 파일 불러내는 것만으로도 끙끙댔으니)

학습 3일 차 (텍스트 애니메이션 연습)

학습 4일 차 (애니메이션 연습)


지금은 한 꼭지 한 꼭지 배우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쌓이면 수월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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