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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쟁이 Dec 12. 2022

언제 돌아갈 거니?

나의 별명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느라

잠시(?) 잊었었나 보다.

이제야 생각이 났다.

난 늘 똘끼 충만했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내 별명은 E.T. 였다.

맞다. 그 외계인.

아이들은 내게 종종

"언제 돌아갈 거니? 너의 별에?"

하고 물었다.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뭐 하고 있나 하고 찾아보면

혼자 풀을 보고 중얼거리고

벌레를 보고 또 뭐라뭐라 하고 있고

야자시간에 혼자 밖에 나가 밤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더란다.

그것도 아니면 끄적끄적 뭔가를 적고 있던가.

종종 친구들이 나의 별에 대해 물으면

아주 신나게 답해 주기도 했었다.

뭐라고 이야기를 지어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별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나의 최애 과목 중 하나는 지구과학.

문과생이었지만 지구과학을 좋아해서

학력고사도 지구과학으로 보았다.

아마도 우주와 관련된 영화는 거의 대부분 보았을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5~6번 보았을 거다.

책도 꽤 보는 편이고.

요즘 보는 책은 브라이언 그린의 '앤드 오브 타임'

'열역학 제2법칙'이 이 책의 주된 주제이다.

재밌다. 이렇게 읽다 보면 언젠가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복잡하다.

나의 책장엔 '양자역학'에 관한 책들도 있다.

이걸 왜 보냐고? 재밌으니까.

더 솔직히 말하면 이런 책과 이런 영화를 보면 흥분된다.

이해라도 할 수 있게 되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양 기쁘다.

아쉽게도 연구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머리는 아니라

소비하는 것에 만족한다.


무언가에 빠져 있으면 난 대책 없다.

몰입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회사 다닐 때 종종 있었던 일.

신혼살림을 인천 부평에 꾸렸다.

(아무 연고 없이 그저 비교적 저렴해서.

이 역시 똘끼 충만한 결정)

집에 가려면 시청역에서 1호선 지하철을 타야 했다.

수원행이 아닌 인천행으로.

지하철에 탈 때 나는 꼭 책이나 신문을 읽곤 했었는데

그게 사달이었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신호음이 들리면

어디로 가는 열차인지 확인한다.

"수원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음 열차를 타야겠군.'

그리고 다시 읽던 책을 읽는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잠시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본다.

'가리봉역'이라는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참 나,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도 개봉역이었는데,

순식간에 역 이름이 바뀌었네. 그래도 되나?'

다시 책에 집중한다.

그리고 또 한참 후

"수원역에 도착합니다. 내리실 문은...."

어쩌고저쩌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 이미 시청역에서부터 잘못되었다.

책에 집중하느라 타지 말아야 할 열차에

스스로 오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까맣게 잊었다.

수원역으로 가는 도중에 나오는 '가리봉역'을 보고도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역 이름이라며 투덜거렸던 거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반복되었다.

인천 부평에서 1년 조금 넘게 사는 동안.


그런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집중이 비교적 쉬운 나에겐 사건 사고도 많았다.

지금 지난 일들을 떠올려 보니

고등학교 때 나의 친구들 말이 맞네.

똘끼 충만.



그 집중력으로 요즘 일주일에 이틀 새로운 프로그램을 공부한다.

5일 차가 되니 이제 이 정도는 20분이면 편집 가능하다.

물론 4일 차까지 낑낑대며 공부했다.

아직 가야 할 길 멀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일취월장해 있으리라.

동일한 그림에 자막을 넣어보았다.

포토샵에서 그린 그림이다.

레이어를 살려 그대로 After Effect로 불러들인 후

퍼펫 툴, 스노우 폴스 이펙트, 트랜스폼의 여러 값들을

적용해서 애니메이션 효과를 주었다.

심미성이나 완성도가 아닌

제대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어서 편집했다. 언젠가는 제법 괜찮은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나중엔 4D도 공부해 볼까 한다.

내가 그린 그림이 4D로 실현된다면... 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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