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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쟁이 Jan 11. 2023

그녀와의 첫날밤은 몹시 힘들었다

피접 온 고양이(3)

 그녀와의 첫날밤은 참 불편했다.

그녀는 안방에서 아빠와 함께,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엄마와 함께 거실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꽉 닫힌 안방에서 들리는 소리와 미세하게 벌어진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냄새에 수시로 당황했다. 나의 두 귀는 모두가 잠든 한밤에도 안방을 향했다. 이른 새벽, 그녀가 밥을 먹으려 하는지 딱딱한 플라스틱 넥칼라가 '툭툭' 침대 모서리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거실 창가 피아노 뒤로 황급히 숨었다. 밤새 안방 문이 열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녀가 어젯밤 내게 보여 준 하악질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기분도 몹시 나쁘다. 엄마가 여느 날처럼 새벽에 먹으라고 여기저기 늘어놓아 준 먹이 퍼즐도 그다지 흥미가 당기지 않았다. 도통 입맛이 없다.




 지하 2층 주차장 계단실 어두운 구석에서 힘겹게 새끼에게 젖을 먹이던 까미에게 비보와 함께 희망스런 소식이 날아들었다. 내가 염려했던 대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까미의 존재를 알아버렸고 누군가가 밥을 주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날 저녁,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마다 뻔한 내용의 게시문이 붙었다. 까미의 사진과 함께. 당연했다. 1층에 사는지라 평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내게  A가 게시문을 찍어 보내주었다. 이럴 줄 뻔히 알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부르르 떨렸다. 갑자기 아득해지는 느낌. 이 작은 생명 하나 거둘 수 없는 내가 참 속상하더라. 아마 A와 B도 마찬가지였으리라. A는 구조한 고양이 둘과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17살의 노견을 보살피고 있다.  B 역시 어미 잃고 장애를 가진 새끼 고양이 셋을 구조하여

10년 넘게 키우고 있다. 나 역시도 생후 6주 된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여 지금껏 키우고 있다. 게다가 모두 자기의 일도 있다. 그러니 여기에 부담을 더 하는 결정은 쉽지 않다. 나중에 A가 전한 소식에 의하면 게시문을 보고 놀란 아파트 주민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까미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알고 보니 모두들 몇 번씩은 까미에게 밥을 주었던 사람들이었다고.  그리고 그들에게서 미처 몰랐던 새로운 소식도 들었다.

 까미는 원래 3마리를 낳았다. 비를 피해 지하주차장 여기저기를 옮겨 다녔다. 그런 과정에서 새끼 한 마리는 별이 되었다. 60대의 여성이 별이 된 아이를 손수 묻어주었다. 그러고도 불안했는지 까미는 주차장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계속 자리를 옮겼다. 그 과정에서 또 한 마리를 놓쳤고 다행히도 이번에는 젊은 부부가 그 아가를 발견했다. 젊은 부부는 아가를 집으로 데려가 직접 인공포유를 하며 키웠다. 그래서 까미에게는 새끼 한 마리만 남았다.

 그리고 정말로 모두가 바라던 기쁜 이야기....

별이 된 아가를 묻어 준 이도 수시로 자리를 옮길 때마다 찾아내어 밥을 준 이도 모두 한 사람이었다. 새벽 4시 30분부터 까미를 찾아다니는 정성을 보여준 이. 60대의 여성분이 까미와 그 아기를 입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신 가족들과 좀 더 상의해보겠노라 했다.

집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까미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10월 중순의 날씨는 이른 추위로 매서웠다. 올 겨울은 얼마나 많이 추울까 염려스러울 정도로.... 이 아이들은 올 겨울 따스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

이젠 집고양이로 살자. 입양 소식에 목욕이라도 해 보내려고 A의 집에 하룻밤 임시보호했다.
초등학생들에게 꿈이 뭐니? 했더니 "부잣집 고양이 되는 거요."라고 했다고. 가만  보면 집 고양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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