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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쟁이 Jan 20. 2023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

피접 온 고양이(마지막 이야기)

 12월 마지막주 수요일 우리 집에 왔던 까미는

1월 첫째 주 수요일 병원 진료를 끝으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 까미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시죠? 어머님도 함께 가세요. 제가 차를 가지고 집 앞으로 갈게요. 나오세요." "아니 나는 안 갈 거예요. 그동안 그 언니가 다 해주었는데, 이번에도 그러면 안 돼요?"

그 언니는 B를 말하는 것이다. "그분이 퇴근해서 가려면 너무 늦어요. 그분은 차도 없어서 또 다른 사람 불러야 하고요. 이번에는 제가 가 드릴 테니 함께 가세요."

그는 자꾸만 내뺐다.

"까미 보호 자니까 직접 보셔야지요. 수술 부위 아직 못 보셨죠? 좋아지고 있는지 의사 선생님 말씀도 직접 들으셔야죠. 보호자로서의 책임도 보여주셔야죠."

결국 그녀는 강하게 권하는 나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함께 병원에 갔다. 까미를 입양한 지 2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이동장조차 마련하지 않았기에 나의 고양이 아라의 이동장에 까미를 넣어 데려갔다.

의사 선생님이 진료하시는 동안 내내 내가 까미를 잡아주었다. 불편했을 그 모든 과정을 까미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그저 믿고 의지했다. 입질 한 번 하지 않았다. 다행히 까미는 빠르게 좋아지고 있었다. 선생님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밥은 일주일 뒤에 풀 수 있다 했고 여전히 매일 해 줘야 하는 소독과 하루 두 번 먹이는 약도 변함없었다. 병원비 결제는 B가 해주기로 했단다. 이번까지만.

병원을 나와 주차된 차로 이동하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가 사는 게 넉넉해서 이 모든 것을 부담했던 게 아니에요. 까미의 입양과 관련되어 우리 셋은 각각 40여만 원 넘게 부담했어요. 저마다 각각의 사정이 있는 우리였지만 가여운 아이를 입양하신다 하기에 너무 기쁘고 고마워서 기꺼이 보탰던 것입니다. 까미와 보리를 키우겠다 마음먹으셨다면 책임을 다해주세요."

그렇게 까미는 까미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바리바리 싸서 보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실밥 풀으러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다. 별 다른 소식이 없어서 함께 사는 아들과 병원에 가려나? 했는데 아니었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녀는 또 B에게 전화했다. 나에게 연락하는 것이 미안했던 B는 A에게 연락해 까미의 병원 동행을 부탁했다. 요즘 퇴근이 늦어져서 시간을 맞출 수 없다고.

결국 A는 자신의 일을 미루고 병원 동행에 함께 했다. 다행히 까미는 많이 좋아져서 실밥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삽관했던 자리에 살이 다시 차오를 때까지는 매일 소독해 주고 약도 더 먹여야 했다. 병원비를 결제해야 하는 순간 까미의 보호자는 또 머뭇거리더란다. 보다 못한 A가 "어머니, 까미 차에 먼저 실어놓을 테니 병원비 결제하세요."라고 말하며 그 상황을 넘겼다고 했다.  까미의 보호자의 나이가 우리와 열 살 남짓 차이 났을 뿐이지만 달리 마땅한 호칭이 없어 그냥 어머님이라는 존칭으로 불렀다. 그래서였을까? 우리의 호의를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게 된 까닭이.


 다음 날 까미의 보호자로부터 문자가 왔다.

"언니들 덕분에 까미 많이 좋아졌어요. 언니들이 도와줘서 너무 좋아요."

난 조금 긴 답글을 보냈다.

"네, 다행이에요. 사랑으로 키워주세요. 우리나라 고양이는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들여왔대요. 그 당시 불경을 목판에 새겼는데 그걸 쥐들이 갉아먹는 통에 불경을 지킬 목적으로 고양이를 데려왔대요. 현재 우리나라의 고양이는 그 후손들입니다. 부처님 말씀을 지켰던 아이들입니다. 정성껏 키워주세요. 필요한 물품도 구입해 주시고요."

자신이 불교 신자라고 그래서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노라 내게 말했었다.




내가 자주 보는 YouTube 채널의 한 수의사가 그랬다.

"내가 반려동물을 키워도 되나? 그럴 수 있을까?"하고 헷갈린다면 동네 동물병원 수의사와 상담하라고.

함께 살아보면 알게 된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지만

사람과 교감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거기에 공부를 하면 더 잘 알게 된다.

그들이 사람의 감정과 생활 패턴까지 모방한다라는 것을.

사람처럼 구시렁거리며 때론 엄살 부리며

여기저기 아프다 말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그들도 때때로 아프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아픔을 끙끙 참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 아닌 동물들이

용가리 통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밥 주고 따뜻한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프면 치료해 주고 미리 예방해 줄 수 있으면

예방적 처치를 해주어야 한다.

때문에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병원비일 수 있겠다.

의료보험 시스템에 의지할 수 없기에

온전히 보호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니 내가 반려할 수 있나 없나 체크해야 하는 사항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이 경제적 능력이다.

그래서 함부로 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반려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순간의 감정으로 반려를 하게 되면

순간의 감정으로 버릴 수도 있기에.

요즘은 반려동물을 제 자식인 양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그렇다.

어떤 이들은 이런 모습을 아주 심하게 비난하게도 한다.

하지만 제 자식처럼 여겨야 극한 상황에서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는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내 것을 내어놓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키워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사랑은 시간도 돈도 함께 내어주어야 무럭무럭 자란다.


반려 동물을 반려한다는 것은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는 것이다.
내가 아라와 함께 하기에 나의 그림책에 많은 고양이가 등장할 수 있었다
기억의 성에 보관될 아름다운 추억들(요즘 그리고 있는 그림책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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