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통통이와 민서는 마을 지도를 구해 들고 동네를 돌아다녔어.
“미션이 모두 4개네.. 그중에 가장 먼저 뭘 해야 할까?” 민서가 물었어.
“당연히 돈을 버는 게 먼저지. 우리에겐 단 1 피그니도 없으니 말이야” 통통이가 덧붙였다.
“그리고 배고파서 걸을 힘도 없기도 하고 말이지”
“흠..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런데 돈은 어떻게 버는 거지?
우리 엄마 아빠는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하시는데 나도 그럼 회사에 가면 되나?”
“너는 아직 아이니까 회사에 가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거야. 대신 간단한 아르바이트는 할 수 있겠지."
대화를 하며 걷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어.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 냄새를 따라 걷다 보니 작은 빵집이 하나 나타났지. 간판엔 ‘바삭바삭 빵집’이라고 적혀 있었어. 가게 안에선 둥글둥글한 얼굴에 밀가루가 잔뜩 묻은 파란색 돼지저금통이 빵을 굽고 있었어.
“그래, 이런 가게에서 일손을 돕는 거어 때 민서야? 분명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 내가? 빵가게에서 일을?? 어… 그래. 한번 부딪혀볼래. 집에서 엄마를 도와서 집안일도 몇 번 해봤으니까 여기서도 뭔가 할 일이 있을지도 몰라”
민서는 용기를 내보기로 했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말을 꺼냈지.
“저기요… 실례합니다… 저… 혹시 일손 필요하신가요?”
아저씨는 민서를 힐끗 보더니 깜짝 놀라 밀가루 투성이인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어. 파란 얼굴이 하얗게 되었지.
“너 너, 넌…. 인간이잖아?! 어떻게 인간이 여길….?!”
그러자 통통이가 대신 나서서 대답했어.
“안녕하세요, 전 옆 마을에 사는 통통이라고 해요. 어.. 놀라셨죠? 이 아이는 사정이 있어 잠깐 저희 왕국에 오게 되었어요.”
“기, 김민서라고 합니다. 제가 저금통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은 할 수 있어요. 빵 진열도 하고, 전단지도 나눠드릴 수 있어요!”
아저씨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어.
“좋아. 안 그래도 개미손이라도 빌리고 픈 심정이다.. 오늘 하루 일 잘하면 60 피그니 줄게. 해볼래?”
민서는 기쁨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당차게 대답했어.
“할게요! 감사합니다!”
민서는 바로 앞치마를 받고 가게 일을 시작했어. 첫 번째 일은 전단지를 마을 곳곳에 나눠주는 거였어. 한 장 한 장 조심스레 붙이고, 다리 아프게 돌아다니며 외쳤지.
“바삭바삭 돼지빵! 오늘은 1+1 행사래요!”
두 번째는 갓 구운 빵을 진열대에 가지런히 올려놓는 일이었어. 따끈한 식빵을 조심스럽게 들고, 모양을 맞춰가며 정성껏 놓았지. 그리고 마지막엔 가게 바닥을 빗자루로 깨끗이 쓸었어. 작은 가루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구석구석! 땀이 송글 송글 나고 온몸은 밀가루와 먼지로 뒤덮여서 빨리 씻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어. 팔도 다리도 아팠지. 하지만 나로 인해 가게가 정도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어.
해가 질 무렵, 아저씨는 민서에게 작은 봉투를 내밀었어.
“여기, 오늘 네가 번 60 피그니다.”
민서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커다랗고 묵직한 동전 6개를 두 손으로 받은 뒤 꼭 쥐어보았어. 이상하게 돈이 따듯하게 느껴지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울컥했어. 심부름을 하고 엄마에게 용돈을 몇 번 받아본 적은 있었어도 이렇게 생판 모르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
‘돈을 번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엄마도… 아빠도 정말 대단하시다’
그러다 아차하고 통통이가 떠올랐어.
“앗, 미안 통통 아. 자, 어서 받아”
민서는 배고팠을 통통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얼른 받은 동전들을 통통이의 등에 난 동전구멍으로 밀어 넣었어. 통통이는 조용히 민서를 바라보다가 말했어.
“민서야… 고마워. 배고픔이 약간 가셨어.”
통통이는 스스로 배를 살짝 두드려봤어. 텅 비던 안이 정말 아주 조금, 땡그랑하고 소리가 났지.
“좋아. 이제부터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