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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소리 Dec 16. 2024

마라샹궈 맛집 (星食汇)

마케팅 없이도 꾸준히 잘 되는 곳

星食汇一品香锅
가는 법: 상하이 지하철 2/4/6/9호선 世纪大道(세기대도) 역 5번 출구 世纪大都会(Century Metropolis) 쇼핑몰 B2 
인당 평균 식대: 60-70위안 (한화 12,000원)


맛으로만 승부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요즘 사장님들은 틱톡 마게팅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하고, 배달 앱에 할인권을 뿌려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심리술을 부릴 줄도 알아야 한다. 쉽지 않은 세상이다. 앱 수수료 떼고 마케팅 비용 빼면 남는 것이 동전뿐인 장사에 주인장의 시름은 날로 깊어간다. 노른자 땅에 멋들어지게 인테리어 해 놓으니, 정작 찾아온 손님은 배달앱으로 할인권을 써서 주문하고 매장에서 먹고 간다. 울화통이 치밀어도 손쓸 길이 없다. 소비자는 소비자의 입장이 있고 사장님은 사장님 입장이 있다. 입장대립은 경제 악화의 또 다른 지표다. 


이럴 때 잘되는 집이 진짜 맛집. 


지하철 노선 4개가 교차하는 상하이 중심의 세기대도역을 중심에 두고 대형 몰 3개가 둘러싸고 있다. 출구를 잘 찾아 나가야 목적지를 찾을 수 있음은 물론, 다른 몰에 가서 헤매지 않는다. 밥때를 넘기고 한참 늦은 식사를 하고 싶지 않다면 출구를 잘 기억해야 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다소 복잡한 역이지만 내가 이 역에 찾아오는 이유는 단 하나. 다른 집과 비교 자체가 불가한 마라샹궈집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을 생각하면 여기까지 오는 먼 걸음과 번거로움은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정도로 여겨지고 만다. 



문도 없고 턱도 없어 자칫 지나치기 쉬운 자리에 무심히 상호 몇 글자가 적혀있다. 눈에 잘 띄지 않아 여전히 상호명을 재차 확인하곤 한다. 점심을 즐기는 이들이 점심 식탁을 이미 가득 채운 상태다. 점심시간에 들러 줄을 서며 기운 빼고 싶지 않기에 1시 이후에 들르는 작전은 전략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점심손님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후에 식탁도 의자도 잠시 쉰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 늦은 점심으로 들른 손님은 미안한 마음으로부터 자유롭다. 


벽에 걸린 고양이 그림이 오랜 시간 단골을 반긴다. 특별할 것 없는 심플하고 깨끗한 인테리어가 실속 있는 한 끼를 약속하는 듯하다. 잠시 멈춘 바쁜 현대인들의 한 끼를 신속하고 간단하면서도 취향대로 해결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식탁 위에 붙은 노란 큐알 코드를 스캔해서 주문을 해도 되지만 나는 여전히 한눈에 들어오는 차림표 주문이 좋다. 이 집은 아날로그가 어울린다.


차림표


마라샹궈는 마라탕과 같이 취향에 맞게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된 재료를 국물 없이 양념만으로 볶아내는 것이 마라탕과의 차이점이다. 재료의 명칭이 생소하다면 사진을 볼 수 있는 큐알코드가 편리할 것이다. 종이 차림표는 요즘 흔한 번역 app으로 우리말로 번역이 되어 볼 수 있다. 편한 대로 주문하면 된다. 모든 재료는 한 단위 분량이 있고 반 단위 분량이 있다. 선호도와 식욕에 맞춰 가감하면 될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오른쪽 하단의 빨간 점선 상자이다. 양념의 마麻한 정도와 라辣한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마라(중국어: 麻辣, 병음: málà)는 중국어로 "얼얼한 맛"을 뜻하는 "마(麻)"와 "매운맛"을 뜻하는 "라(辣)"를 합친 말로, "얼얼하고 매운맛"을 가리킨다. 얼얼한 맛은 화자오의 산쇼올이, 매운맛은 고추의 캡사이신이 낸다.

마라麻辣가 전혀 없는 순한 맛부터 아래로 가면서 점점 마라麻辣가 진해진다. 선호도에는 어떠한 룰도 없다. 내가 룰이다. 인구 대국에서는 입맛도 천차만별이다. 입맛과 취향에 관한 모든 경우의 수를 배려하는 것은 어찌 보면 꼭 필요한 것이다. 식탁에 하나씩 품고 있는 비슷비슷한 음식들이 실은 대단히 다른 것들이다. 


군침도는 마라샹궈

선택한 재료를 한데 넣고, 미리 선택한 마라 양념으로 후루룩 볶아진 마라샹궈가 상에 오른다. 밥반찬의 간을 중화하는 흰밥의 역할이 적지 않다. 흰밥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적당히 고슬고슬하고 적당히 꼬들한 식감이다. 반짝이는 밥알을 보면 쌀의 퀄리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는 듯하다. 


이 집의 마라샹궈를 먹고부터 좋아하는 음식에 마라샹궈를 빼면 서운하다. 다른 맛집을 발견하려 시도해 봐도 매번 이곳의 마라샹궈만이 흡족한 기억을 남긴다. 기본에 충실한 맛과 밥의 향이 이곳을 마케팅 없이도 오래 살아남게 한다. 소비자의 입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게 태어난다. 자칫 꼼수를 부리기 쉬운 십여 년 장사 문턱에서 초심을 잃지 않는 주인장의 성의를 소비자는 안다. 막 개업했을 때나 지금이나 늘 서서 손님을 살피는 주인장의 모습이 한결같다. 소문난 곳에 가서 후회하는 경험을 종종 하곤 한다. 후회의 경험이 쌓이면 새로운 곳에 관심은 적어지기 마련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믿음은 다시 한번 진리가 되고, 그렇게 나는 돌아 돌아 다시 또 이곳에 와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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