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뾰족달 Oct 27. 2024

제비야, 박씨를 부탁해

민들레 홀씨라도




제비를 만났다. 

박씨를 물어다 주던 흥부의 제비는 참으로 듬직해 보였는데 

내가 만난 제비들은 그저 아기새 같았다. 

이 아이가 박씨를 물어다 준다고? 

노란 립스틱을 바르고

눈이 있어야 할 곳엔 점을 하나 찍은 듯. 

꼬리가 두 갈래라 제비인가 했다.


더구나 비가 올 것 같은 날에도 

낮게 날지 않았다. 

왜 날씨를 알려주지 않는 거지? 

날개가 더없이 가벼웠어? 

힘이 세서 습기를 거스르고 날 수 있었어? 

그래서라면 좋다. 

일기예보는 스스로 해볼게.


직박구리 덕분으로 새를 사랑하게 된 나는 

그의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지내게 되었다.

반가웠다. 제비야. 

안전한 곳에 집을 짓고 대대손손 잘 살아.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돌아본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제비와 대화 중인 나는 

그의 눈에 광인이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