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록 한 장

제비야, 박씨를 부탁해

민들레 홀씨라도

by 뾰족달




제비를 만났다.

박씨를 물어다 주던 흥부의 제비는 참으로 듬직해 보였는데

내가 만난 제비들은 그저 아기새 같았다.

이 아이가 박씨를 물어다 준다고?

노란 립스틱을 바르고

눈이 있어야 할 곳엔 점을 하나 찍은 듯.

꼬리가 두 갈래라 제비인가 했다.


더구나 비가 올 것 같은 날에도

낮게 날지 않았다.

왜 날씨를 알려주지 않는 거지?

날개가 더없이 가벼웠어?

힘이 세서 습기를 거스르고 날 수 있었어?

그래서라면 좋다.

일기예보는 스스로 해볼게.


직박구리 덕분으로 새를 사랑하게 된 나는

그의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지내게 되었다.

반가웠다. 제비야.

안전한 곳에 집을 짓고 대대손손 잘 살아.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돌아본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제비와 대화 중인 나는

그의 눈에 광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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