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록 한 장

길과 흉은 세트이다

자연을 봐서 좋고 자연을 봐서 힘들다

by 뾰족달



베란다에 작은 책상을 하나 놓으면서

나는 새벽이 행복해졌다.

텀블러를 가지고 책상에 앉으면

막 깨어난 새들을 지저귐과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숲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의 숲은 더 좋다.

같은 맑은 날인데도 어떤 날은 새들이 경쟁하듯 지저귀고,

때로는 고요했다.

태풍 전야처럼.


또 어떤 날은 새들의 움직임이 너무 분주해서

그들을 보느라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잠자리 한 마리 날지 않는 이상한 고요한 날도 있었다.

자연은 알 수 없다.

매일매일 자연은 새롭다.

행복한 새벽맞이,

그 숲이 보이는 창문 위에 왕거미가 산다.


어느 여름날,

거미줄이 출렁이더니 매미가 잡혔다.

어!

모기 아니고 매미.

그냥 벌레 아니고 매미.

왜 이리 속상한 걸까.

그 거대한 몸이 꼼짝없이 왕거미에 잡혔다.

왕거미가 매미 머리를 꽉 잡고 있는데 마음이 너무 상했다.


원래가 자연은 이런 것이다.

자연은 이게 자연스러운 것인데

왜 아름다운 것 좋은 것만 보이길 바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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