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등잔 밑이 어둡다

by 뾰족달



언젠가 무료한 낮 시간에

강아지들의 눈을 피해 방문 뒤에 숨은 적이 있었다.

제리와 톰은 당황해 찾아다니다가

감격적인 가족 상봉을 한 후로

숨바꼭질이라는 새로운 놀이를 발견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왠지 우울해져서 생기를 잃은 강아지는

급속도로 못생겨진다.

제리와 톰은 그렇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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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못생김.jpg



아니, 뉘 집 강아지가 이렇게 못생겼나...

눈이 마침표만큼이나 작아져서

못생김을 마구 뿜어댈 때

이 때가 바로 숨바꼭질을 할 때이다.

어디에 어떻게 숨을까...



이 순진무구한 녀석들이

기분이 너무 좋을 때는 지나친 흥분으로

급격하게 시력이 떨어진다.

그리하여 코 앞에서 투명인간이 될 수도 있다.



자, 꼭꼭 숨었으면 시작한다.

숨바꼭질 입문자 톰과

숙련자 제리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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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이상한 커다란 덩어리가 떠억하니 있어도

톰은 잘 모른다.

마냥 기분 좋아 깡충거리며 다닐 뿐

잘 살펴봐~ 하니 슬금슬금 다가가 본다.

겁을 잔뜩 먹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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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룩하지만

왠지 엄마 냄새가 나지 않는다.

당연하지!

베개를 숨겨 두었으니까...




저렇게 작은 곳에 숨었을 리 없는데도

꼼꼼하게 살펴본다.

엄청 바쁘게 돌아다니며 부산스럽기 그지 없지만

역시 소득은 없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마냥 뛰어다닐 뿐.

완전 신나!!!

헥헥거리며 내달리는 멍뭉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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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다니며 좋아서 깡충거리던 시절이.

하지만 모든 난이도를 통과한 제리는

이제 만사가 여유롭다.

제리는 고급반이 되었다.

다 안다 이거지?




한편 톰은 두리번 거리며 도와달라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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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더 찾아봐.





용기를 내어 아주 작은 틈새까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휴지통 뒤, 제 몸도 못 들어갈 아주 작은 틈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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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물그릇은 왜?

그 안에 있을 것 같아?




물그릇 주변을 면밀히 살핀 후

이제 떨리는 마음으로 동굴집을 탐색한다.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던 아늑한 집

거기에 엄마가 숨었을까?



2 그럼 여기.jpg
1 굴집.jpg

서... 설마 거기 있을까봐 긴장돼?

동굴집에?




동굴집 안도 들여다보고

좁디 좁은 창문 틈도 살펴본다.

정말이지 구석구석 모두 찾아본다.

몸을 숨길 수 없는 곳이라 문제지만.





나름 통통한 코도 사용해본다.

하지만 곧 엉뚱한 곳으로 이끌린다.

마냥 기분 좋은 이 녀석.

누굴 찾아야 한다는 걸 잊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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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가 너무 어려운가?

내가 너무 완벽하게 숨었나?

미안하다, 톰...

널 너무 과대평가했나보다.





그래도 학습효과가 나타나는 듯

한 번 숨었던 곳은 금세 알아차리고

조금씩 눈썰미가 생기더니

집안에 작은 변화에도 아주 민감해졌다.

해서 난이도를 조금씩 높여 보았다.



1 찾아.jpg 이불속에 엄마 있다.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어 위장을 했건만

제리란 녀석이 도와주질 않는다.

엄마랑 딱 붙어 있고 싶고,

포근한 곳에 앉기를 좋아하는 제리

시시한 숨바꼭질은 접어두고 공놀이나 하자고 졸라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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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덕분에 쉽게 찾았으니 또 숨어보자.

코로 찾아봐~

냄새를 맡아봐~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한다.

모두가 봐주니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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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을 가라앉히고

점점 코에 의존해서 찾아본다.

강아지는 코를 많이 사용해야 머리도 맑아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고 한다.

드디어 쉬운 방법을 알아 차렸나보다.




깡충깡충 신난 멍뭉이들이 온 집안 구석구석을 뛰어다닌다.

우리 집 곳곳이 녀석들의 웃음과

발자국 소리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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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입을 다물고 다닐 수가 없다.

너무 재미난 모양이다.

헥헥헥헥 신나게 돌아다니다 제리를 발견.

제리가 있는 곳에 엄마가 있다.

이거 엄청난 힌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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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킴.jpg

나의 정교한 쿠션 위장을 다 헤집어 놓았다.

조력자 제리 덕분에 도무지 난이도를 올릴 수가 없다.

나는 발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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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뿌듯한 듯.

매우 자랑스러운 듯.



숨바꼭질은 끝이 나고

이제 재회의 몸부림이 시작된다.

그 때의 기분은 뭐랄까...

날아다니는 열마리의 톰과 재회하는 기분이다.

반갑다~

너무너무 반갑다~

이게 대체 얼마 만이야~

고작 2분 만이다.



그렇게 오래 오오오오래 재회의 기쁨을 만끽한 후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고는

개운해진 얼굴로 꿀잠을 잔다.

에너지 완전 고갈.



바로 이거지...

이게 우리가 바라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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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해피엔딩인 숨바꼭질은

숨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모두가 즐겁다.

헥헥거리며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

강아지들이 행복하면 우리도 행복하다.


나무인 척 서 있어도 모를 녀석.

다음엔 나무인 척 서있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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