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
언젠가 무료한 낮 시간에
강아지들의 눈을 피해 방문 뒤에 숨은 적이 있었다.
제리와 톰은 당황해 찾아다니다가
감격적인 가족 상봉을 한 후로
숨바꼭질이라는 새로운 놀이를 발견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왠지 우울해져서 생기를 잃은 강아지는
급속도로 못생겨진다.
제리와 톰은 그렇다.
아주 많이...
아니, 뉘 집 강아지가 이렇게 못생겼나...
눈이 마침표만큼이나 작아져서
못생김을 마구 뿜어댈 때
이 때가 바로 숨바꼭질을 할 때이다.
이 순진무구한 녀석들이
기분이 너무 좋을 때는 지나친 흥분으로
급격하게 시력이 떨어진다.
그리하여 코 앞에서 투명인간이 될 수도 있다.
자, 꼭꼭 숨었으면 시작한다.
숨바꼭질 입문자 톰과
숙련자 제리님 입장!
누가 봐도 이상한 커다란 덩어리가 떠억하니 있어도
톰은 잘 모른다.
마냥 기분 좋아 깡충거리며 다닐 뿐
잘 살펴봐~ 하니 슬금슬금 다가가 본다.
겁을 잔뜩 먹고서.
불룩하지만
왠지 엄마 냄새가 나지 않는다.
당연하지!
베개를 숨겨 두었으니까...
저렇게 작은 곳에 숨었을 리 없는데도
꼼꼼하게 살펴본다.
엄청 바쁘게 돌아다니며 부산스럽기 그지 없지만
역시 소득은 없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마냥 뛰어다닐 뿐.
헥헥거리며 내달리는 멍뭉이들
제리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다니며 좋아서 깡충거리던 시절이.
하지만 모든 난이도를 통과한 제리는
이제 만사가 여유롭다.
제리는 고급반이 되었다.
다 안다 이거지?
한편 톰은 두리번 거리며 도와달라는 표정이다.
용기를 내어 아주 작은 틈새까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휴지통 뒤, 제 몸도 못 들어갈 아주 작은 틈새까지...
물그릇 주변을 면밀히 살핀 후
이제 떨리는 마음으로 동굴집을 탐색한다.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던 아늑한 집
거기에 엄마가 숨었을까?
서... 설마 거기 있을까봐 긴장돼?
동굴집에?
동굴집 안도 들여다보고
좁디 좁은 창문 틈도 살펴본다.
정말이지 구석구석 모두 찾아본다.
몸을 숨길 수 없는 곳이라 문제지만.
나름 통통한 코도 사용해본다.
하지만 곧 엉뚱한 곳으로 이끌린다.
마냥 기분 좋은 이 녀석.
이 문제가 너무 어려운가?
내가 너무 완벽하게 숨었나?
미안하다, 톰...
널 너무 과대평가했나보다.
그래도 학습효과가 나타나는 듯
한 번 숨었던 곳은 금세 알아차리고
조금씩 눈썰미가 생기더니
집안에 작은 변화에도 아주 민감해졌다.
해서 난이도를 조금씩 높여 보았다.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어 위장을 했건만
제리란 녀석이 도와주질 않는다.
엄마랑 딱 붙어 있고 싶고,
포근한 곳에 앉기를 좋아하는 제리
시시한 숨바꼭질은 접어두고 공놀이나 하자고 졸라댄다.
제리 덕분에 쉽게 찾았으니 또 숨어보자.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한다.
모두가 봐주니 더 재미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점점 코에 의존해서 찾아본다.
강아지는 코를 많이 사용해야 머리도 맑아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고 한다.
드디어 쉬운 방법을 알아 차렸나보다.
깡충깡충 신난 멍뭉이들이 온 집안 구석구석을 뛰어다닌다.
우리 집 곳곳이 녀석들의 웃음과
발자국 소리로 가득 찼다.
도무지 입을 다물고 다닐 수가 없다.
너무 재미난 모양이다.
헥헥헥헥 신나게 돌아다니다 제리를 발견.
제리가 있는 곳에 엄마가 있다.
이거 엄청난 힌트인데?
나의 정교한 쿠션 위장을 다 헤집어 놓았다.
조력자 제리 덕분에 도무지 난이도를 올릴 수가 없다.
나는 발각됐다.
숨바꼭질은 끝이 나고
이제 재회의 몸부림이 시작된다.
그 때의 기분은 뭐랄까...
날아다니는 열마리의 톰과 재회하는 기분이다.
반갑다~
너무너무 반갑다~
고작 2분 만이다.
그렇게 오래 오오오오래 재회의 기쁨을 만끽한 후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고는
개운해진 얼굴로 꿀잠을 잔다.
에너지 완전 고갈.
바로 이거지...
이게 우리가 바라던 바다.
언제나 해피엔딩인 숨바꼭질은
숨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모두가 즐겁다.
헥헥거리며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
강아지들이 행복하면 우리도 행복하다.
나무인 척 서 있어도 모를 녀석.
다음엔 나무인 척 서있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