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들의 하루 일과

그들의 주말 일기

by 뾰족달




주말을 알차게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도 좋지만

집에서 시원한 바닥과 하나가 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즐거운 것 같다.


또 집에서의 즐거움 중 하나는

내 강아지들의 하루 일과를 남김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b 배 보이는 톰.jpg



요즘 제리는 기상시간에 맞추어 품에 파고 들어와

팔베개를 하고 눕는다.


털. 썩


그런 다음 배를 긁어달라고 요청한다.

그 요청은 언제나 100% 수락인데

얼굴을 맞대는 느낌이 좋기도 하지만

제리의 당당함이 귀여워서이다.




늘 함께3.jpg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려 배와 가슴을 쓸어주다 보면

제리도 나도 기분 좋게 잠에서 깬다.

팔이 아프니 당연히 깬다.





시원하게 케어받은 제리님 기상!

이제 나도 슬슬 일어나 볼까... 하는데

침대로 뛰어오르는 통통한 녀석 발견.



b 톰 왓어.jpg


어이쿠!

토실한 톰님 아니신가?




얼굴에 얼굴을 한참을 비비적댄 후 드디어 톰님도 기상!

톰은 나를 아... 주 사랑하나 보다.

그러니까 이렇게 더운 날에도 인사가

아아아아아아.... 주 긴 거겠지?


주말을 보내는 것은

그저 마룻바닥에 누워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좋다.

뭘 해도 좋구나!

얼쑤!





틈만 나면 뒹굴뒹굴.

바닥에 눕기만 하면

벽을 사이에 두고도 녀석들은 금방 알아채고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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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지?

여기서 들 이러시면 곤란해요.

이곳은 휴게소가 아닙니다만.


뜨뜻한 강아지들 덕분에

이열치열이 저절로 된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지나가다 보니

제 집 앞마당에서 지나가는 이들을 마구 노려보며

경계하는 제리 발견.

곁에 슬쩍 누워 대화를 시도해 본다.


b 제리구역2.jpg


뭐 지키고 있었어?


1 말 아르릉.jpg

아... 미안.





제리의 품 속에 뭐가 있는지

너무 자세히 알려고 하면 안 된다.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수가 있으므로

녀석의 보드랍고 귀여운 몸을 쓰다듬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

비록 아르릉 소리를 듣더라도...






설렁설렁 밀린 일들을 하며 돌아보니

녀석들에게도 오늘은 휴일일까?

목욕수건과 놀다가 사이좋게 잠든 녀석도 있고...


b  쿨쿨 톰.jpg




밤에는 더워하고

해가 중천에 뜬 낮에는 따뜻한 곳을 찾는다.

이상한 녀석





또 이불산 속에서 곤히 잠자는가 했더니

또록또록 눈을 뜨고 나를 감시하는 녀석도 있다.


b 감시 제리.jpg


분명 품 속에 또 뭔가를 감추고 있을 테지?



집에 계속 함께 있어

폭풍 반김이란 없을 줄 알았지만

잠시, 아주 잠시 다른 방에만 다녀와도

고맙게도 너무나 반가워한다.

물론 톰만...

시크한 제리는 편히 누운 채로 눈만 돌려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톰은 하루 중 절반은

귀도 꼬리도 없는 모습이다.

이건 뭐 곰도 강아지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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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같이 있으니 너무 좋지?



그러고 보니 톰은

온전한 강아지의 모습을 웬만해선 보기 어렵다.

도대체가 등을 볼 수가 없다.




b 톰 등 크게.jpg

등, 등, 너의 등을 보여다오~





세상 걱정 없고 낙천적인 톰.

그런 톰의 오랜 취미는

누군가 누울 때를 기다렸다가 가슴 위로 올라가

눕는 것이다.


톰은 이 따뜻하고 포근한 전용 침대에서

자세를 바꿔가며 돌아눕기도 하고,

가려운 곳을 긁기도 하고,

졸릴 때는 잠을 청하기도 하며

내 코와 입을 베개 삼아 누워 머물다 간다.




뭐 아무래도 좋다.

녀석이 점점 무거워진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1 톰 쿨쿨.jpg


톰씨, 밀린 임대료는요?


아마도 톰은 숨소리를 들으며 안심을 얻는 것 같다.

톰이 내 코와 입을 막고 있으니

한 번씩 고개를 돌려 숨을 쉬어야 한다.

음 파~ 음 파~





덕분에 나는 알게 되었다.

내게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털.알.레.르.기

봄에 꽃가루만 지나가면 되는 줄 알았다.



b 알러지.jpg


톰이 다녀가면 어김없이

분홍 점박이가 되었고,

투명한 지렁이들이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너무나 가렵고 괴롭지만

그렇더라도 염려가 되었다.

톰이 할머니가 되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될까?

왠지 서운할 것 같다.

투명 지렁이가 기어 다녀도 좋으니

귀여운 톰아, 언제나 찾아와 다오.

털 알레르기쯤이야~





세수로 털들을 씻어내고 나오니

어디선가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b 말 도아도.jpg

(번역 : 도와줘!)




메아리가 되어 온 집안을 맴도는 소리

짧지만 강한 외침인데?



아이고 우짜노~

물구나무서기로 혈액순환 좀 해보려는데

톰이란 녀석이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딱 붙어 있다.



1 물구나무.jpg



b 말 쫌.jpg

(번역 : 숨 좀 쉬게 이 아이 좀 떼어내줘~)





'사랑해요'라고 쓰고

눈코입 야무지게 막기 라고 읽는다.

머리 힘은 또 얼마나 센지

저 녀석은 좀처럼 떼어내기 힘들다.

그래도 조금씩 앞에서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

쪼금씩 앞으로 전진하며 기다리지만 그게 어딘가.




이렇게 하루 종일 강아지들과 함께

딱 붙어 있으니 참 좋다.

주말임에도 쉬지 못하고

각종 서비스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좋다.



1 제리 쓰담.jpg
b 말 시원하지.jpg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인 것 같다.

별 일 하지 않아도

그저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따뜻해진다.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주말이 또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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