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뾰족달 Oct 22. 2016

강아지 예절 교육

매너좋은 강아지가 되자


제리, 톰과 함께 살면서

'이제는 강아지에 대해 좀 알 것 같다'

싶으면 아이들은 또 훌쩍 자라 있다.


사람이 아기, 어린이, 청소년 때 다르듯

강아지들도 매번 나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리하여... 지켜봄과 공부를 부지런히 해야 한다.

녀석들은 나에게 늘 새로운 숙제를 안겨준다.

나 왜 이런 행동을 하게... 요?

알아 맞춰봐아아아요!

하면서...




톰이 점점 생각이 뚜렷해지고 힘이 세지면서

제리와 힘겨루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둘이 투닥투닥 다툼 아닌 다툼으로

이어지는 일이 종종 생겨났다.


둘이 다투게 되는 과정을 보면

시작은 언제나 따스한 봄날이다.

제리가 먼저 으슥한 곳에서 단잠을 자는 톰을

깨우며 장난을 건다.




놀자~~




시끄럽게 졸라대는 제리에게

슬슬 톰이 반응을 한다.

특유의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놀기 시작.





그... 그거 웃는 거지?

웃는 거 맞겠지?




놀이가 무르익어 둘이

엎치락뒤치락 참 재미나게 논다.

이 평화로운 놀이가 지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미소로 바라보며 흐뭇... 하려다가

우린 바로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우려했던 그 순간이 다가온다.

너무 재미있어 흥분한 톰이

늑대 이빨로 제리를 세게 문다.

아... 힘 조절 실패

언제나 둘 중 하나이다.

민감한 발 아니면 민감한 귀.



앗. 오늘은 새로운 시도인데?

뒷목???





우리 강아지 큰일 났네.




바로 그 순간,

톰의 통통한 코와 입 주위를

3배속으로 물린다.

제리가 정말 화가 나면 5배속도 가능하다.

톰이 놀랄 틈도 없다.

정말로 아프게 무는 것이 아니지만

아픔을 떠나 톰은 기분 나쁘다.






소리 내어 웃으면 안된다.

웃음을 참아야 한다.

큽!





어디를 물렸는지 바로 알겠는데?

귀가 딸기우유색이 된 걸 보니

우리 톰 많이 분한가 보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1. 제리가 놀자고 한다.

2. 잠시 즐겁게 논다.

3. 흥분한 톰에게 제리가 물린다.

4. 빛의 속도로 톰이 엄청나게 물린다.

5. 둘을 떼어낸다.






형제들은 싸우면서 큰다더니 강아지들도 그런가 보다.

그래도 놀이가 더해갈수록 힘과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실제로 멍뭉이들 세계에서는 어린 강아지를 훈육할 때

주의를 주는 차원에서 입 주변을 깨문다고 한다.

다치지 않으면서 아주 효과 만점인 것 같다.



놀이하면 또 언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강아지들의 더없이 좋은 놀이 친구이자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그야말로

눈만 마주쳐도 재미난 이모이다.

한없이 관대한 언니도 가끔은

야단을 쳐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 방법이 참 남다르다.




[조용히 해야 하는 걸 알면서 제리가 괜히 짖어댈 때]


"이리 와 요놈~ 안 되겠네.

넌 딱 이렇게 있어. 힘들지? 힘들지?"





음... 저 언니 좀 이상한데?

야단치며 저렇게 좋아하고 제리는 재미있어하고.

즐거운 훈육 시간인가?





"이제 그만 안돼~"

[몇 번을 말했지만 자꾸 보채는 톰에게]




혹시나 해서 말인데

'야단맞다'가 뭔지 모르는 건가?

심지어 톰은 아늑해 보인다.

저렇게 안고서 한참 거실을 걷는다.




또는 장난하다가 세게 깨물었을 때

제리와 톰을 함께 야단친다.

"왜 세게 물었어? 나도 물어버릴 테다. 크앙~~"

언니는 갑자기 거대한 강아지로 변신,

셋이서 즐겁게 논다.

그래, 물론 야단치는 거겠지.




어느 날 톰에게 아프게 물린 언니가

톰의 앞발을 입에 넣어 큰소리를 내며

무는 척을 했다.

너무 놀란 톰이 그 이후엔

조심스럽게 살짝 깨물면서 논다고 한다.



"거봐, 발에 이가 닿는 느낌 싫지?"



실제로 어린 강아지들이 형제들과 물고 놀면서

강약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고 하는데

언니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나마 정말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얼굴을 마주 보며 훈계한다.

아주 오...래 오래.





되겠어? 안 되겠어?

할래? 안 할래?

또 그럴 거야? 안 그럴 거야?

대답해야지. 응? 응?





... 딱 봐도 톰은 자는구만.

손에 머리 무게가 느껴지지?

훈육은 미궁 속으로.

훈육은 다시 원점으로.




언니가 부드럽게 타이르고 때로는 장난으로 대응하지만

제리와 톰은 아는 것 같다.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또 굳이 무섭게 야단치거나 억압하지 않아도

그들은 우리가 어른인 것을 잘 안다.

천방지축이던 아기 강아지 때

서열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지만

제리와 톰은 가족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운 것 같다.




가끔 정말로 통제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어떻게 해도 잘 안될 때는 엄마이자

훈육 선생님인 내가 나선다.

뚜둥!


일단 어떠한 경우라도 먼저 앉아를 한다.

그러면 아주 흥분했을 때를 제외하곤

곧 얌전히 앉는다.

그때 눈을 보며 이야기하면 된다.

이렇게 웃음기 싹 가신 얼굴로 타이르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효과적인 것 같다.





야단맞는 것이 익숙지 않은 톰이

배를 보이며 뽀뽀를 시도한다.

맑은 눈으로 올려다보는 눈이 너무 귀엽다.

하지만 단호해야 한다.



자아성찰의 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을 안아주고 격려해 주는데

녀석들은 금세 장난하며 사라진다.

시무룩이나 삐짐 따위는 없다.

이런 단순한 강아지들 같으니라고.




제리와 톰은 생활에 꼭 필요한 몇 가지 단어를 배웠다.

앉아. 기다려.

(입에 문 것을) 놔.

(횡단보도 앞에서) 서.

(장난감을) 찾아.

정도이다.



매번 기다려를 하면 외면하며 귀찮아하기 때문에

맛있는 간식을 먹을 때 가끔 해본다.




"기다려~"


매번 톰은 제리 것을 노린다.

톰아, 니 것이 더 크다고...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그들의 엄마가 되어야 하고,

선생님이 되어야 하고,

친구가 되어야 하는 일인 것 같다.


끊임없는 관심으로 살펴보고 그들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제리와 톰이 있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1인 3역을 하게 된다.

자 오늘도 힘내자 힘!




이전 04화 대화가 필요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