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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뾰족달 Oct 18. 2016

궁둥이 사용설명서

통통한 우리 강아지 궁둥이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리 집 강아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귀를 눕힌 동그란 얼굴도 예쁘고

고소한 냄새 솔솔 나는

발바닥도 너무나 예쁘고

나를 향해 흔들어대는 꼬리도 예쁘다.


하지만 그중 단연 으뜸은 궁둥이.

봉긋하게 살이 오른 통통한 

강아지의 궁둥이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꼬리 옵션이 있어 그런가?








또 나는 배변패드를 빙글빙글 돌다가

난처한 듯 귀를 눕히고

어정쩡하게 앉는 모습도

너무나 귀엽다.







강아지는 꼬리로도 많은 말을 하는데

톰은 매력적인 긴 꼬리로

낚시도 가능하..진 않겠지.

사실 톰은 꼬리가 어디 있는지

뭘 하는지 관심이 없다.

그냥 꼬리는 의자밖에 둔 것이 맞다.

꼬리는 버려두고 식탁을 노릴 뿐.









꼬리만 서러운 게 아니다.

톰의 궁둥이는 따뜻한 이불속에도 

입장하지 못하고 늘 외면당한다.

잠을 잘 때는

머리는 낮게 궁둥이는 높게.

머리는 따뜻하게 궁둥이는 시원하게.

이상한 방법을 고집하는

이상한 녀석들이다.



그들만의 건강 비법인가?




자리를 옮겨 다니며 잘 때도

궁둥이는 장애물을 미처 다 

건너지 못한다.

항상 궁둥이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걸쳐져 있다.






왜 궁둥이는 안 데려가는 거야?

머리만 건너가면 다 건넌 거야?




제리는 궁둥이 쪽이 조금만 이상해도 

깜짝 놀라며 무서워하는데

톰은 허리 아래로는 관심이 없다.

얼마 전 함께 놀다가


!


톰이 방귀를 뀌었을 때도 그랬다.

우린 놀랐고 톰은 평온했다.

평온 톰...




그쪽은 톰의 관할이 아닌 듯.

아마도 궁둥이 쪽은

다른 강아지가 관리하는 듯하다.

그나저나 톰 방귀소리는 너무 귀여웠다.





"이 궁둥이 누구 꺼야?"

라고 하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으응?




톰이 놀 때는 아주 심하게 몰입한다.

주변에 뭐가 있는지 누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눈에 뵈는 게 없다.




저... 멀리서 톰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또 문에 머리를 콩콩 찧어가며

정신없이 뛰어오는구나.

어디가 어딘지 좀 보고 앉아야 할 텐데...




역시 다른 행동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톰은 톰일 뿐이다.

난 분명히 TV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는

토실토실한 하얀 궁둥이가 떠억!





어디서 많이 보던 궁둥인데?

순식간에 내 배로 올라와

내 시야는 온통 흰 궁둥이다.

한가운데 쪼끄만 점에 온통 집중...





장난감을 물고 놀아도 꼭

체온을 느껴야 안심이 되나 보다.

그래도 난 운이 좋았다.

때로는 궁둥이를 얼굴에 들이댈 때도 있다.

뭐 얼굴이 포근해지긴 한다만

숨쉬기도 그렇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아무래도 녀석은 궁둥이 감각이 둔한 듯.




아이고... 우리 제리 얼굴에서

궁둥이 냄새나면 어쩌나.




편히 쉬고 있던 제리는

나의 무릎으로 이동, 파란 방석을 차지한 톰은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참을 신나게 놀았다.




톰이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언니의 휴대폰 케이스인데

어느 날 제리가 앞발로 야무지게 누르며

조용히 지키고 있었다.






톰이 애태우며 기다려 보지만

제리가 쉬게 내어줄 리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며

울어댔던 톰.

응? 더 이상 울지 않는데?



아하!

그 사이 새로운 방법을 터득했다.

궁둥이로 목표물을 깔고 앉는 것.







오~ 궁둥이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데?

거봐 톰아. 궁둥이에게 잘해줘야겠지?

잘 챙겨줘야겠지?




당황하던 제리는 달리 방법이 없어

톰에게 케이스를 내주었다.

궁둥이의 승리



제리가 마음먹고 화를 내면

톰이 아주 무서워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톰만의 방법인 것 같다.

조마조마해하던 톰과

어이없어하던 제리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

이후, 제리도 앞발이 아닌

온몸으로 물건을 지키기 시작했다.

제리 파이팅!

톰 궁둥이도!






때때로 나는 TV를 보다가 눈을 돌려

제리와 톰을 구경하게 된다.

그들이 장난감과 노는 모습이나

장난을 하는 모습,

밥을 냠냠 먹는 모습,

발바닥을 깨무는 모습...


늘 보는 거지만 새롭고 재미있다.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웃고 있어 놀라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세상에 강아지가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강... 강아지 중독인가?  덜덜...

우리 가족은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까지 강아지를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고.

정말 그렇다.

제리와 톰 덕분에 나는

강아지 홀릭이 되어 버렸다.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 들어보니

식물에게 물을 주다 말고

대장님과 톰이 부둥켜안고

나지막이 읊조리고 있다.








여기, 강아지 홀릭 한 분

추가요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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