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뾰족달 Oct 18. 2016

사랑스러워

왜 점점 더 사랑스러운 걸까




제리를 처음 만난 날, 첫눈에

서로가 알아본 것 같았던 것과 달리

톰은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데려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거절당한 톰은

더욱 혹독한 대접을 받게 될 것이 뻔했다.




톰을 데려오고 나는 걱정했다.

평생을 함께 하며 잘 보살피겠지만

그렇더라도 마음이 가지 않으면 어떡하나.

사랑하게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의무감으로만 대하게 되면 어떡하나.

사랑하는 마음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잠든 얼굴을 보며 걱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생각이었고,

어느 순간 저절로 사라졌다.

톰은 어마어마한 사랑 덩이에 수시로

'사랑해요~ 안아주세요~' 

하며 품 안에 파고들었다.



내리사랑이라고 제리도 톰을

아주 예뻐한다.

제리가 한 살 반이나 나이가 많지만

외모로만 보면 톰은 영감님 같다.

혹시 나의 이발 실력이 문제인가?




아침에 일어나면

'안녕 톰아~'

잘 잤는지 이리저리 살펴봐 주고,

제리는 살뜰하게 톰을 챙긴다.






우리 집 귀염둥이 톰의 하루 일과는

먹고, 자고... 아니 그냥

가족들 찾아다니며 뽀뽀하기이다.





"자자... 오늘은 누구부터 시작이지?

뽀뽀하고 쓰다듬받고 안기고 하려면

시간이 좀 빠듯한데?

부지런히 움직이자!"







자다가도, 먹다가도, 놀다가도

눈만 마주치면, 혹시 인기척을 내면

바쁜 걸음으로 달려와 드러눕는다.

쓰다듬어주세요... 하면서.

언제나 찾아가는 서비스!

우리 집에서 제일 공사다망하신 분.




책상에 앉아 있으면

멀리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다다다다다다다다!!!

우리가 뭘 하고 있든 상관없다.

발아래에서 육중한 4.3kg 털 뭉치가

눕는 소리가 들린다.

털. 썩





모른 척해야 한다.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으면

곧 귀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1초, 2초, 3초... 어김없이




"너 거기 있다고?  응, 알아~"




조금 더 버티면

더 귀여운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애태우는 건 마음 아프니까

한 번만 듣는 걸로~




시치미 뚝 떼고

"응? 우리 톰 거기 있었어?"



바둥바둥





가까이 다가가면

곁눈으로 보고 있다.

그 작은 눈에 흰자가 보인다.





곤히 잠을 자다가도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얼른 뛰어와 반기며 사랑해요!

힘들고 귀찮을 법도 한데

톰은 부지런하고 주저함이 없다.

물론 사모하는 대장님은

가장 자주 찾는 단골고객이다.


마음이 충족될 때까지 쓰다듬어주고

칭찬해주고 톰의 뽀뽀세례를 다 받아주고

배에다 뿌우~


뱃고동 소리를 들은 다음에야 톰은

흡족해하며 사라진다.




"자자~ 배 들어옵니다! 뿌우우우~~~"




요즘은 딱딱한 바닥에 눕기 싫다며

포근한 곳으로 유인하여 털썩.

이제는 톰이 지정한 장소까지

따라가야만 한다.





[톰이 생각하는 뽀뽀 타임]

누군가의 소리가 들리면,

그냥 좋아서,

잠시 못 봤다 싶으면,

옆에 있어 너무 좋아서,

아무 이유 없이,

눈이 마주치면.


그... 그러니까 하루 종일이잖아... ?



우리 집에서는 종종

이런 풍경들이 보인다.





흠... 섬인가? 인간 섬?

모두를 무릎 꿇게 만드는 톰은 능력자.




가끔은 좀 너무 자주 찾아올 때가 있다.

그만~ 우리 방금 봤잖아? 하면

톰은 가장 자신 있는 귀여운 모습으로

3단 변신한다.

눈 동글, 앞발 모으기, 발버둥거리기

이 3종 세트를 이길 사람은 없다.





며칠 전에는 30분 동안 세 번이나 찾아왔다...




어느 날 한가로이 톰과 얼굴 비비기

쓰다듬기를 무한 반복하다가

갑자기 이런 마음이 들었다.


"나를 이렇게 사랑해줘서 고맙다~

톰, 정말 고맙다."


참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나는 톰의 사랑에 감동받은 것 같다.




곤히 잠을 자다가도

장난감과 즐겁게 놀다가도

모든 즐거움과 편안함을 다 팽개치고

한달음에 달려와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잠시 눈에 안보였는데도

오랫동안 못 본 것처럼

반겨주고 안아줘서 고맙다.




그러니까 아기 때

뽀뽀하고 밟고 건너간 건

없... 없던 일로 해줄게.





산을 넘고 들을 건너 어영차!!




곧 한 살이 되는 지금도

톰의 눈을 들여다보면 한결같이

사랑해요~ 고마워요~

하는 것 같다.

우리는 매료되었다.

톰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전 01화 칭찬은 강아지도 춤추게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