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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뾰족달 Oct 17. 2016

칭찬은 강아지도 춤추게 한다

배변 훈련 성공!




2012년 겨울, 우리 집은

아기 제리의 배변훈련이 한창이었다.

배변패드 = 화장실

제리는 조금 인식하는 듯했지만

좁은 상자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갑자기 넓어지고 달라진 환경 때문에

혼란스러워했다.





[귀도 서지 않던 꼬꼬마 시절]



아기 제리의 시선에서 우리 집은

미로 같은 거대한 축구장이 아니었을까?

해서 우리는 방마다 화장실을 마련하고

자랄수록 줄여 나갔다.



배변훈련을 하려고 검색해보니

모두 이 방법이 최고라고 했다.


[방법]

신문지를 돌돌 말아서 야단친다.

가둬서 벌을 준다.

큰소리로 혼을 낸다.

구석에 세워둔다.

그 외...








우리는 상의 끝에 그 외의 방법을 선택했다.

행복한 기억으로 습관을 만드는 법

즉 호들갑 촐싹 칭찬 방법이다.


일단 실수했을 때는 그냥 못 본 척했다.

제리의 눈을 피해 흔적을 없앴고,

배변패드를 사용했을 때는

엄청나게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배변패드에 쉬했어?

아고 잘했다. 아고 잘했다.

정말 잘했다. 정말 잘했다.

어떻게 이렇게 잘할 수가 있어?

상 받자~"










누가 보면 나라에서

훈장이라도 받은 듯이




그런 다음 사료를 한 알 하사했다.

처음에 제리는 얼떨떨하고 놀랐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우리가 보고 있나

확인하면서 볼일을 보았다.




'나 보세요. 뭐 잊은 거 없어요?'





제리는 자신감에 가득 찼고

배변훈련은 즐거운 놀이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는 볼일을 보고는

당당하게 상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배변훈련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렇다면 우리의 톰은?

... 제리에 비해 오래 걸렸다.

아주 오오오오오래.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 톰 -




2개월 아기 톰은

소변 참는 버릇이 있었다.

소변을 보는데 공포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

보아하니 분양자가 소변을 치우면서

큰소리로 화를 내거나 해서

공포감을 심어주지 않았나 짐작해본다.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관심과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지 제리와 톰을 보면서

더욱 실감하게 된다.



사람이 아기 때에 기저귀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어린 강아지도 시간이 필요할 텐데

아기 톰을 보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어린 강아지에게 더 이상의 공포심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자매는 다시 뭉쳤다.





"당분간 좀 떠들썩하겠습니다!"





톰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어리광쟁이 톰은 몸은 빨리 자라고

배변 훈련은 더뎠다.

배변패드를 처음 본 듯 어색해했고,

그리하여 상만 엄청나게 받아 드셨다.








먼저 공포감을 없애기 위해

어디에든 소변을 보면 상을 줬다.

어쩌다 한번 성공했을 때 우리 자매의

오버 칭찬은 말로 다 못한다.

우리는 실제로 감격했다.

우리 몸에서 사리가 나오기 일보직전에

드디어 아기 톰이 깨우치게 되었다.



톰의 밝고 당당한 눈빛을 보며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상 받으려고 소변을 쪼끔씩 나누어보는

꼼수만 좀 안 부렸으면 좋겠다...





아주 가끔씩 자유를 만끽하며

반칙행위를 하는 제리와 달리

꿋꿋하게 오직 배변패드만을 고집하는

톰의 외길인생이 시작되었다.


"시간 좀 걸렸지만 잘했어, 톰!"




강아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른 것 같다.

나는 동물들을 너무나 사랑했지만

그들을 너무 몰랐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




다 자란 요즘도 맛있는 것이 생각날 때는

배변판을 사용한 뒤 상을 받으러 온다.




두 분 너무 하시는 거 아닌가요?

상을 밥처럼 드시는 건 좀...




칭찬으로 훈련하는 방법은

강아지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즐거웠고

스트레스가 없었다.

촐싹 환호 박수 칭찬을 하면서

언니와 나는 참 많이 웃었다.



이렇게 학습을 시켜본 결과

역시 변치 않는 진리는

칭찬은 강아지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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