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이 사라졌다!
얼마 전, 옛 사진들을 뒤적이다가 재미난 것을 발견했다.
4개월이 된 제리에게 첫 공을 선물하던 영상이었다.
삑삑이가 아닌 굴러가는 공을 처음 만난 날,
제리는 신세계를 발견했다.
이 저렴이 축구공은
그날 이후 강아지 제리에게 최고의 보물이 되었다.
이미 세 개의 축구공이 유명을 달리했다.
첫 번째 공은 찌그러져 복원이 되지 않았고
두 번째는 목소리를 잃어
아무리 깨물어도 삑 소리가 나지 않았다.
너덜너덜한 세 번째도 가고
이제 네 번째 공을 맞이했다.
매일 이 공만 잡아서 물고 뜯으니
그 정도 버틴 것도 고마울 따름이다.
저녁밥을 먹은 후
놀자며 공을 물고 따라다니더니
그만 장식장 뒤로 공을 굴려 넣었다.
손을 넣기도 애매하고
장식장을 빼자니 아주 번거롭게 되었다.
저기 어딘가에 보물이 있다.
일단 제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상황을 설명한다.
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안에 있으니 걱정 말라고.
우리 함께 힘을 모아 꺼내보자고 한다.
설명한다는 것이 강아지를 더욱 걱정시킨다.
제리의 근심걱정이 커져만 간다.
제리는 초조해지고 나는 이 녀석이 너무 귀엽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가제트가 아닌 이상 손으로 꺼내기엔 위치가 애매하다.
뭔가 긴 것이 필요하다.
몸을 일으키는데 제리가 짖어댄다.
온 집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표정을 딱 보니 이런 말이다.
거칠게 항의하는데?
이거 동네 시끄러워서 원...
전에 장난감을 모두 세척했을 때도 그랬었다.
빨래 건조대 위에 장난감들을 보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장난감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었다.
바구니를 내려놓으니
소중한 것부터 하나하나 차례로 구출했었다.
제리의 얼굴도 장난감과 함께 푹 젖어서는
이런! 순식간에 노안이 되었었다.
다그치는 제리를 뒤로 하고 일어난다.
이제 긴 막대기를 찾아보자.
좀 기다려봐라.
장비가 있어야지.
내게 효도하는 자가 있었지.
축구공 구출 계획은 이렇다.
이런 천재!
장식장을 바라보는 녀석의 표정이 너무나 심각하다.
하긴 장난감이 사라진 것처럼 큰일이 있을까.
제리의 열렬한 응원 속에서 팔을 쭉 뻗어본다.
를 외치면서
엄청난 일을 하는 표정으로
이거 정말 힘든 건데 해낸다는 표정으로
손을 넣자마자 닿았지만
모른척하며 계속 열심히 열심히 구출한다.
힘쓰는 내 표정을 따라 제리도 힘쓰는 표정이 된다.
천천히 빼낸다.
흥분되고 설레는 제리와 눈빛을 교환하며
공은 단번에 찰싹 붙어 나왔다.
어디선가 꿀잠 주무시던 톰도 달려왔다.
이거 감동의 물결인데?
이렇게나 좋을까.
공은 제리를 두 발로 서게 한다.
이제 축구공의 먼지를 씻어내려는데
지켜보는 얼굴에 조바심이 한가득이다.
차마 앉아서 볼 수가 없다.
물론 물을 먹였다.
아무렴 어때.
한숨 자고 나면 목소리를 되찾을 것이다.
쉰 개구리 목소릴 하더라도 둘도 없는 축구공이다.
꽥꽥거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더라도
역시 축구공만 한 게 없다.
좋아하는 걸 보니 내가 더 좋다.
사랑하는 축구공이 괜찮은지 구석구석 살펴본다.
별일 없나 보다.
이제 됐다.
공을 찾았으니 이걸로 됐다.
공이 무사한 걸 확인한 후,
구석에 휙 던져놓고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알다가도 모를 녀석.
너의 깊은 심중을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
한결같이 사랑하는 유일한 장난감.
무지개 빛깔 오만가지 공이 있었지만
오직 초록색 축구공.
축구공은 언제나 옳다.
턱을 괴고 있으면
뺏고 뺏기는 도망자 놀이를 할 수 있고,
잠자는 어린 제리 곁을 늘 지켜주고,
머리에 대고 자면 머리도 맑아진..
음, 이건 아니고.
어린 제리가 뛰어놀면서부터 늘 함께 해주고
근육질의 건강한 강아지로 만들어준 축구공.
앞으로도 오래오래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