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 가득한 창문 앞을 지나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따갑다.
누군가 있는 것 같다.
어둠 속에서 우리를 누가 보는 걸까.
아하. 그림자였구나.
그림자가 어흥하며 우릴 부른다.
한 번만 놀아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같이 재미있게 놀아야지.
신이 난 땅이가 마구 달리자
그림자도 한껏 몸을 부풀려 달린다.
땅이 못지않게 그림자도 신이 난 것 같다.
달려도 달려도 그림자를 이길 수 없지만
땅이는 마냥 즐겁다.
우리 땅이 대단한 강아지였네.
그림자를 보니 맹수였네.
기분이 좋으면 꼬랑지 빳빳하게 바르르 떨며
헤벌쭉 대는 강아지.
칭찬해 주는 건 금세 안다.
차렷하고 나란히 서보았다.
따라쟁이 그림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8개의 다리를 다소곳이 붙이고 선 오징어가 되었다.
우리가 웃으면 그림자도 웃는다.
우리가 움직이면 그림자도 움직인다.
우리가 뛰면 그림자도 뛴다.
아니 이게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땅이도 나도 즐겁다.
우리는 날아올라 익룡도 되었다가
전봇대도 되었다가
세상 본 적 없는 이상한 생명체로 변신을 거듭했다.
베란다로 들어오는 달빛이 마련해 준
이 선물 같은 무대에서 그림자와 잘 놀았다.
퇴장에 앞서 마지막으로
최대한 이상한 모습으로
총총 뛰어가본다.
어설픈 공룡 두 마리가 웃으며 따라온다.
이런!
사냥은 1도 못할 것 같은 공룡이다.
그것 참 다행이다.
이 밤에 우리밖에 없어서.
우리가 그림자와 노는 모습을
우리만 보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또 보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