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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뾰족달 Jun 30. 2024

그림자에 쫓기다

누가 우릴 쳐다봐



!!!





달빛 가득한 창문 앞을 지나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따갑다.

누군가 있는 것 같다.

어둠 속에서 우리를 누가 보는 걸까.

아하. 그림자였구나.

그림자가 어흥하며 우릴 부른다.

한 번만 놀아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같이 재미있게 놀아야지.







신이 난 땅이가 마구 달리자

그림자도 한껏 몸을 부풀려 달린다.

땅이 못지않게 그림자도 신이 난 것 같다.

달려도 달려도 그림자를 이길 수 없지만

땅이는 마냥 즐겁다.


우리 땅이 대단한 강아지였네.

그림자를 보니 맹수였네.

기분이 좋으면 꼬랑지 빳빳하게 바르르 떨며

헤벌쭉 대는 강아지.

칭찬해 주는 건 금세 안다.







차렷하고 나란히 서보았다.

따라쟁이 그림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8개의 다리를 다소곳이 붙이고 선 오징어가 되었다.

우리가 웃으면 그림자도 웃는다.

우리가 움직이면 그림자도 움직인다.

우리가 뛰면 그림자도 뛴다.


아니 이게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땅이도 나도 즐겁다.







우리는 날아올라 익룡도 되었다가

전봇대도 되었다가

세상 본 적 없는 이상한 생명체로 변신을 거듭했다.

베란다로 들어오는 달빛이 마련해 준

이 선물 같은 무대에서 그림자와 잘 놀았다.

퇴장에 앞서 마지막으로

최대한 이상한 모습으로

총총 뛰어가본다.

어설픈 공룡 두 마리가 웃으며 따라온다.

이런!

사냥은 1도 못할 것 같은 공룡이다.


그것 참 다행이다.

 이 밤에 우리밖에 없어서.

우리가 그림자와 노는 모습을

우리만 보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또 보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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