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7)

쿠키 만들기

by 시우

집에 오븐이 없는데 아이가 쿠키를 만들자고 졸라 마트에서 파는 쿠키 메이커 박스를 하나 구입했다. 이건 사담이지만 나는 오래전에 딴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다, 쿠키 하면 생각나는 게 바리스타 자격증 따면서 제빵도 도전해볼까 했었는데 취직을 하면서 포기한 기억이 난다.


"쿠키 만들어서 유치원 친구들한테 주고 선생님한테도 드릴 거예요."


"어 아빠도 처음 만들어봐서요 예쁘게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안 예뻐도 다들 좋아할 거예요."


박스의 뒷면을 보니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적혀있다. 싱크데에 있는 믹스 볼을 꺼내 쿠키 반죽을 만들 준비를 한다, 버터 한 큰 술, 달걀 한 개, 믹스 전부를 넣고 수동 거품기로 열심히 저어 본다. 수분기가 부족해서 반죽이 과연 나올까 싶은데 버터가 녹으면서 반죽들이 뭉쳐지기 시작한다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 보려고 달걀 하나를 더 푼다


"공주님... 이번에는 공주님이 저어주세요."


"아빠 팔 아파요? 알았어요."


뻑뻑한 반죽에 팔이 아플 때쯤 아이에게 거품기를 건네준다 열심히 돌리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지만, 얼마 하지 못하고 팔이 아픈지 다시 나에게 거품기를 돌려준다, 자동으로 하나 살까 심히 고민이 든다, 열심히 돌리다 보면 가루는 거의 보이지 않고 촉촉하고 말랑한 반죽이 완성이 된다


"아빠가 종이 포일에 기름 발라줄게요 반죽 올리고 쿠키 모양 찍으세요."


"네! 대장님."


오븐이 없으니 에어프라이어를 예열에 맞춰놓고 비닐장갑을 손에 착용한다, 그리고 동그란 종이 포일 위에 식용유를 살짝 바른다 반죽을 그 위에 올리고 사람 모양의 틀을 꾹 눌러 쿠키 모양을 내고 나머지 반죽을 떼어 다시 동그랗게 뭉친 후에 다시 반죽을 눌러 포일 위에 둔다 그렇게 총 3개의 포일 위에 사람 모양의 반죽과 동그란 쿠키 모양 반죽이 올라갔다.


"다음은 눈 코 입을 그려주세요."


"어떻게요?"


"초콜릿 녹인걸 위에다 뿌려서 그림처럼 그리면 돼요."


그리고는 미리 데워놓은 물에 초코 시럽이 든 튜브를 담근다 그러면 안에 굳어있던 초코가 녹는다 그리고 뾰족한 튜브 끝을 잘라내고 사람 모양의 반죽 위에 살살 짜면서 시범을 보여준다 눈 코 입을 그리고 손을 만들고 가슴 쪽에 단추를 그려주면 끝


"이번에는 제가 해볼게요."


아이에게 건네주자 제법 내가 한 것처럼 비슷하게 모양을 내기 시작한다. 옆에서 봐주면서 초코 시럽이 굳으면 다시 따듯한 물에 넣어주면서 모든 쿠키 모형에 그림을 입힌다 그러던 중에 에어프라이어 에열이 끝났는지 '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완성된 포일 하나를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180도 15분 정도 세팅을 하고 돌리기 시작한다 한 번에 여러 개를 못하는 게 아쉽지만 이거 한다고 오븐을 사는 것도 낭비이니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달콤한 쿠키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생강향도 같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뭔가 불안한 마음에 쿠키 박스를 보니... 세상에 초콜릿 쿠키가 아니라. 진저브레드 쿠키였다. 왜 살 때 몰랐지??? 나는 별 상관없이 다 좋아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먹기에는 생강향은.. 좀 어려운 향기가 아닌가..


"고.. 공주님? 이거 친구들 주면 안 되겠어요."


"왜요??"


"그게.. 초콜릿 쿠키가 아니라 진저브레드 쿠키예요."


"진저? 진저가 뭐예요?"


"지금 이 향기 있잖아요 이게 진저인데 한글로 하면 생강이란 뜻이에요."


"생강?"


생강을 알턱이 없지만 일단 설명을 해준다 15분이 지나고 쿠키가 나온다, 반죽을 너무 두껍게 해서 모양을 내서 그런지 펑퍼짐해져 버린 쿠키


거대 쿠키가 완성되었다



"괴.. 괴물 쿠키예요.."


"아.. 그래도 맛있을 거예요."


비주얼이 좀 충격적이었지만 나한테는 향도 좋고 한쪽을 조금 뜯어먹어보니 맛도 괜찮았다. 아이에게 조각을 조금 떼서 입에 넣어준다


"폐..페페페 매워 무... 물 주세요."


"앗 알았어요."


역시나 아이 입에 생강은 좀 매운 편인가 싶다. 얼른 물을 떠주고 나는 종이 포일 하나를 에어프라이어에 또 돌린다 그러고선 먹다 남은 쿠키를 한입 베어 문다 은은한 생강향과 단맛이 적당히 조화를 이룬다, 드립 커피는 잘 안 마시지만 이렇게 단 것에는 먹을만한 거 같아 후다닥 간 원두를 필터지에 올려놓고 드립 커피를 한잔 만들어 낸다


"더 먹을래요?"


"아.. 아니요."


쿠키 하나를 건네자 도망가는 공주님이 너무 웃겨서 혼자 거실로 나와 쿠키를 어찌 처리할지 고민을 좀 해본다. 포일 하나당 다섯 개 정도 만들어졌으니 아마도 15개가 나올 텐데 일부는 월요일에 유치원에 선생님들을 좀 가져다 드리고 다섯 개는 내가 일요일을 보내면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번 쿠키 만들기는 실패 내.'


아이가 먹지 않는 게 좀 아쉽다 다음번에는 초콜릿 쿠키인지 꼭 확인을 하고 구매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물론 다시 도전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거품기를 한번 찾아봐야겠다 팔이 후달달 거리는 게 자고 일어나면 팔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조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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