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6)

아이와 햄스터 키우기(정서적 안정감 주기)

by 시우

아이가 심심하다고 강아지가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아파트에서 강아지 키우는 일이 보통일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출근했을 때 라던지, 층간 소음이라던지, 먹이 주고 씻기는 일이라던지 고민을 좀 하다가 어렸을 적에 키웠었던 햄스터가 생각이나, 햄스터 영상을 보여줬다.


"아빠 이게 뭐예요?? 쥐에요???"


"아니요 햄스터라고 해요."


"아!! 햄토리에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중에 햄스터가 나와서 모험을 떠나는 게 있었는데 그게 기억이 나는지 햄토리를 외친다. 형형색색의 조그맣고 귀여운 햄스터들이 동영상 속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볼에는 씨앗들을 한가득 입에 물고 오물 거리는 모습이 귀여운지 어느새 강아지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햄스터를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햄스터 정도라면 손이 많이 가지도 않고, 소음이나 아이랑 있어도 문제가 적을 것 같다 다만 아이가 키우고 싶다고 해도 결국에 뒷 일은 내가 해야 할 듯해서 아이에게 그래도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기르게 하고 싶어 한마디 한다


"햄스터 키우고 싶으면 아빠랑 약속해요."


"어떤 거요?"


"아침에 일어나서 햄스터 물이랑 먹이는 딸이 주는 거예요."


"햄토리가 물면 어떻게 해요?"


"장갑을 줄게요 장갑 착용하고 주면 되지요?"


"아하!"


아이와 손을 잡고 집 근처의 대형 마트로 갔다, 애완동물 코너에는 작고 이름 모를 새부터, 관상어, 토끼, 등 다양한 동물들이 많았지만 우리의 목표는 햄토리였으니까 다른 것에 눈 돌리기 전에 얼른 햄스터 코너로 간다, 작은 갈색 코코넛 은신처를 들추니 안에는 갈색 하얀색 노란색 형영 색색의 햄스터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숨어 있었다 놀란 듯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핀다(나중에 알았지만 햄스터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대부분 은신처에서 잔다) 하얀색 햄스터 한 마리가 딸의 시선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고개를 들고 다가온다


"공주님 어떤 색이 좋아요?"


"이거 하얀색이 제일 예뻐요."


케이지 속 유일한 하얀색 햄스터 하나에 아이가 손을 내밀자 햄스터가 다가와 손가락 끝을 혀로 날름 거린다 아이가 놀란 듯 손을 뺀다


"꺄아, 간지러워요."


"이거로 할까요?"


"네!!"


직원분에게 고른 햄스터를 맡기고 옆에 있는 애완동물 용품 코너에서 얼른 케이지와, 목욕통, 목욕소금, 베지(톱밥)와 먹이 씨앗을 담는다, 한 마리만 키울 거라 커다란 케이지는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햄스터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으면 동족 포식을 하기 때문에 애완동물 키우는데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한 마리만 키우시길 부탁드린다) 가격이 다 해서 5만 원이 넘는다 생각보다 큰 지출에 신경이 좀 쓰이지만 강아지보단 나을 테고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조그만 박스에 숨구멍을 뚫고 햄스터를 넣는다 불안한지 박스를 박박 긁는 소리가 들린다 집까지 가는 동안은 그곳에 봉인을 해두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비가 오는 중이라 혹여 햄스터가 추울까 봐 아이 무릎 위에 박스를 올려두고 차에 히터를 조금 튼다


"공주님, 진짜 먹이도 잘 주고 사랑으로 키워줘야 해요? 아빠는 공주님 키우기도 힘드니까 아빠가 조금만 도와줄게요."


"네."


얼굴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하는 게 영 못 미덥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집에 돌아와서 영상 캠으로 찍고 싶다 그래서 영상 캠을 틀어고 녹화를 시작한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오늘은 햄스터를 키워볼 거예요."


그동안 봤던 영상에서 처럼 자기소개를 하고 나의 손을 끌어당긴다, 얼굴이 나오는 건 부끄럽지만 그래도 아이와 추억을 위해서 이기도 하고 인터넷에 올리지는 않을 거니까 탁상 위에 햄스터 용품을 깔아 두고 카메라 앞에서 언박싱을 시작한다 아이는 인터넷에 올리는 줄 알기 때문에 전문가처럼 해줘야 좋아한다, 옆에 앉아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면 훌륭한 조수처럼 찾아서 건네준다, 작은 커터칼을 빼서 케이지 박스에 테이프를 잘라내고 안에 있던 부품들을 하나씩 빼면서 보여준다 그리고 나선 조립을 시작한다 설명서가 없어서 조립해야 할 부품들의 위치가 조금 헷갈리기는 하지만 이내 능숙하게 조립을 끝낸다 윗 뚜껑을 닫지 않고 케이지를 베란다로 들고 가서 바닥에 톱밥을 깐다 바닥에 가루가 떨어지면 청소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2~3센티 정도 푹신하게 깔리자 박스에 들어있던 햄스터를 케이지에 넣어준다


"아빠 정말 귀여워요."


"아빠 눈에는 공주님이 더 귀여워요."


햄스터를 만져보는 공주님


아이는 햄스터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어 준다 아직 적응이 덜된 듯한 햄스터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은신처가 필요하대서 알아봤더니 햄스터들이 좋아하는 코코넛 은신처 같은 경우는 만원이 넘는다 예쁘긴 하지만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다이소에서 대나무를 꼬아 만든 원통을 구입해 눕혀서 은신처로 만들어줬다, 조그만 사기그릇 두 개도 구입해서 하나는 물그릇으로 쓰고 하나는 씨앗 통으로 사용했다. 기존에 케이지에 딸려 있던 물통은 잘못하면 금속 볼이 햄스터 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치웠다, 나중에 오래 여행 가는 경우에나 다시 세팅해서 넣어주기로 다 햄스터 사육장의 온도는 15도~25도 이하로 유지해주는 게 좋다고 그래서 온습도계도 하나 사다가 설치해 둔다 (다이소 용품으로 사니 다 사도 만원이 넘지 않았다)


요즘 걱정이 엄마가 없으니 정서적으로 어떻게 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다, 엄마가 있는 게 훨씬 좋은 걸 알지만 아내와는 대화가 안 되고 없으니, 내가 동화책 읽어주는 것도 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굵은 목소리로 마녀 연기, 할머니 할아버지 연기, 괴물 연기, 악당 연기, 다양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이에게 재미와 감성을 키워줄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지


인터넷으로 아이를 케어하기 위한 도서들을 검색해 본다, 가격들도 다 만만치도 않고, 어떤 게 좋은 지도 잘 모르겠고 두께도 두꺼운 게 회사를 다니면서 읽을 수 있을까 싶다, 아내가 집을 나간 이후로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힘든 건 많이 없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아이는 아직 일곱 살이지만 아직도 산타가 있다고 믿는다(나는 여섯 살에 우리 집 산타와 눈이 마주친 적이 있어서 여섯 살부터 알았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아직은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한 달 전쯤에 아이에게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편지에 쓰게 하고 그걸 내 가방에 넣어서 산타 할아버지에게 보내주겠다고 나가서 편지를 읽어 보고 미리 선물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브에 아내의 생일 축하를 해주고(크리스마스이브가 아내 생일이었다) 아이가 잠들면 아이 머리맡에 선물을 주고 아침에 일어나서 좋아하는 아이에게 모르는 척 한 마디 했다


"올해 착한 일 많이 해서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셨나 보다, 공주님이 원하던 선물 맞아요? 내년에도 착한 일 많이 해야겠네요?"


"네!!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착한 일 많이 할게요."


언제나 본인이 원하는 선물을 받는 게 의심스러울 만도 한데 아이는 항상 행복해한다, 비싼 선물이던 값싼 선물이던 상관없이 본인이 받고 싶었던 게 들어있으면 너무 행복해했다, 아마도 선물의 가격이 중요한 건 어른인 우리들 뿐인 것 같다 아이는 무엇을 받아도 행복해한다 아이의 이런 행동들이 누가 어른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햄스터 키우기는 대성공이다 아이가 아침에 먹이와 물을 주려고 노력은 하는데 유치원 가는 준비 하는 게 바빠 대부분은 결국 내가 하고 있다. 하지만 유치원에 다녀오면 항상 '햄토리야 잘 있었어요? 언니 유치원 다녀왔어요.'라고 인사해주고 혼자 일일 공부를 하다가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리면 돌아보며 잠깐씩 눈 마주치며 놀아주고 있다 햄스터의 수명이 최장 3년 이라는데 2월에 집에 온 햄스터가 지금은 살이 포동포동 쪄서 잘 살고 있다, 챗바퀴를 좀 돌리며 운동하는 모습도 보여주면 좋을 텐데 그곳은 해바라기 씨 까먹기에 좋은 장소인지 뭔가 씹을 때만 거기에 올라가 있다.


"아빠 햄스터는 왜 운동 안 해요?"


너무 살찐 모습을 보며 딸이 물어보지만 나는 답을 해줄 수가 없다. 나도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 공주님 자고 있을 때 할 거예요."


라고 햄토리를 위해 핑계를 대준다


"흐음... 운동 안 하면 안 건강해지는데."


고개를 갸웃 거리는 딸의 모습을 보며 내 배를 한번 쳐다본다. '나도 운동 좀 해야 하나...' 하지만 운동은 언제나 내일부터 하는 거라고 배웠으니 오늘은 건너뛰고 내일부터 동내를 한 바퀴씩이라도 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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