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의 아재 개그
요즘 공주님이 아재 개그에 푹 빠지셨다, 유튜브에서 나오는 무엇 인가를 보신 듯한 모양인데 주말에 같이 뒹굴고 있다 보면 아이가 다가와서 자꾸 퀴즈를 낸다
"아빠 아빠 문제를 낼게요 맞춰보세요."
"난센스예요?"
"일단 들어보세요."
"포도가 자기를 소개하는 것을 뭐라고 할까요?"
"포도가 자기를 소개해?"
아이의 눈이 초롱초롱 빛이 난다 사실 나는 이런 종류의 퀴즈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이의 표정에서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 얼굴을 실망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작은 머리로는 도저히 문제를 풀 수가 없다
"포도밭? 포도씨?"
꺄르륵 아이가 웃으며 땡땡을 외친다
"정답이 뭐예요?"
"정답은! 포도당!"
썰렁하지만, 웃는 아이모습에 나도 그만 빵 터져서 웃고 만다
"아 귀엽게 포도당~ 하고 자기소개한 거야?"
"네."
신이 나서 아이는 문제를 또 낸다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누가 아저씨고 누가 애기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성숙해진다고, 물론 너무 앞서간 이야기인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성숙해진 마음이 세상을 살아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자기 자식을 일찍 어른으로 만들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현실이 그게 어렵다면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 걸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아이의 버릇을 나쁘게 바꾸면 되지 않는다 아빠가 들어주는 이야기만큼 밖에서 아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줄 사람은 거의 없다 집에서는 아빠가 들어주는데 밖에서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 차이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할 것이다 그래서 2학년에 올라가는 요즘은 그 차이를 설명을 해주고 있다
누군가는 다 때가 되면 알아서들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부모가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평상시에도 그 범주 안에서 행동하고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올바른 범주 안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다만 다른 집처럼 두 명이서 가져야 할 관심을 오롯이 혼자 쏟고 있으니 걱정이 된다
공주는 잘 크고 있는 것 같다, 잘 웃는다 잘 먹고 잘 잔다, 가끔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밤에 늦게 주무시고 늦게 일어나시긴 하지만 그것 말고는 툴툴 대거나 투닥대거나 하는 것 없이 아! 요즘에는 저 아재 개그에 빠지셔서 아빠에게 계속 문제 내는 것도 있구나 그래도 뭐 그 정도야 문제라고 할 것 이겠는가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취향이라고 해두자
꺄르륵거리던 공주는 또 다른 문제를 찾는다 그런 공주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천천히 크면 좋겠는데 그건 또 아빠의 너무나 큰 욕심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