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19)

공주님에게 쓰는 네 번째 편지

by 시우

공주님 요즘 방학 생활은 어떠신가요? 평상시보다 늦게 일어나고 혼자서 센터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1학년인데 참 대견하고 멋있다는 생각을 아빠는 많이 하고 있어


아빠가 요즘 일이 많이 힘들어서 저녁에 많이 챙겨주지 못하고 아빠 할 일만 하고 있어서 많이 미안해, 방학 숙제가 아빠 때랑은 다르게 많이 없지만 꾸준히 날마다 해야 할 일이라 아빠가 방학한 당일에도 여러 번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직은 일기 쓰고 책 읽고, 날마다 꾸준히 하는 게 힘들지? 하지만 아빠가 전에도 이야기 한 적 있었지?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마무리를 해야 하는 거야, 누가 대신 해 줄 수도 없고 대신해줘서도 안 되는 것들이거든





일기를 쓴다는 것은 내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해 또는 즐거웠던 하루를 추억하는 일이기도 하고 아빠는 네 마음속에 좋았던 기억들이 오랜 시간 간직 되길 바란다 그래서 일기를 꼭 늦지 않게 꾸준히 잘 쓰면 좋겠어 이제는 문장도 어색하지 않게 들어갈 자리에 단어들이 착착 배열되게 그것 역시 꾸준히 책을 읽어야 아는 거란다


아빠와 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겠지만, 아빠의 한정 적인 경험들 보다는 책이 훨씬 더 큰 세상을 너에게 알려줄 거야 아빠는 그저 네가 세상을 더 크게 볼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단다, 아빠가 말하는 것보다 네가 직접 경험해보고 볼 세상이 훨씬 거대하고 넓을 거야


요즘 아빠가 잔소리가 심해졌지? 솔직히 공주도 너무 하긴 했어, 양말을 벗으면 빨래통이라고 수십 번을 이야기했었는데 침대 이불속에 숨겨두고, 요구르트를 먹고 빨대 비닐을 바닥에 그냥 두고 다 먹은 요구르트도 플라스틱 분리수거 바구니에 넣어달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언제나 대답은 "네!"라고 해놓고 어지르고, 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항상 행동할 때에 기억해 내가 했던 모든 일의 마무리는 내가 하는 거야 다른 누가 해주는 게 아니라 지금이야 아빠가 잔소리 조금 하고 치워주고 씻겨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할 수 있지만 평생 품에 안고 살 수 있는 건 아니기에 네가 좀 더 성장하기 위한 약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


아빠도 너에게 잔소리하고 나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아, 공주는 왜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수십 수백 번 해도 안 들어주는 걸까? 아빠가 잘 못 알려주고 있는 건 아닐까? 같은 마음들 말이야 하지만 공주도 생각해 봐, 친구랑 같이 지내는데 친구가 매번 네가 하는 이야기를 말로만 '응 알았어.'라고 하고 변하지 않는 걸 보면 공주도 화가 나지 않을까? 공주도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래



아구 이뻐라



방학이라고 좀 늦게 일어나서 아침마다 1~2분 정도 꼭 안고 출근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이 있잖아


"충전 중."


아빠는 아침의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해, 하루를 움직일 힘을 꼭꼭 몸속에 욱여넣는 기분이 든달까? 하지만 말했듯이 잔소리를 하게 되면 그만큼 힘이 빠져나가서 하루가 힘이 든단다


아빠가 공주에게 내뱉은 약속들 공주도 잘 지켜주길 바라는 것처럼, 아빠도 공주가 아빠에게 한 약속들 잘 지켜지길 바라 무리이고 억지스러운 약속들이 아니라, 앞으로 아빠가 아닌 다른 친구들, 다른 어른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예절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그래도 앞으로 잔소리는 좀 줄이도록 노력할게 공주도 공주가 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껴질지 한번 더 곰곰이 생각해 보고 행동하길 바랄게


추운 겨울도 거의 다 지나간다, 아빠에게도 공주에게도 봄이 다시 찾아오겠지? 남은 방학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고 2학년을 잘 맞이하도록 하자


세상에서 공주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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