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웠던 토요일 아침 문자 한 통이 집안을 소란스럽게 만든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먼저 문자 한번 보내지 않았던 아내가 문자로 집 방문을 통보를 한 것이다, 별의별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전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는 여전히 차단 상태였다 별수 없이 문자를 보낸다?
아내 : '저녁에 집에 가겠음.'
나 : '왜? 그동안 대화하자고 할 때는 연락 한번 없더니 오려는 이유가 뭐야?'
그 후로 답장은 없다, 본가에 연락해 부모님께 상황을 설명하니 저녁 먹고 집으로 오신다는 이야기를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르고 대화나 행동 패턴이 일반 사람들이랑 다르니 나도 나름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낮에 키즈 카페에 가서 놀았는데 유치원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을 우연히 만나서 처음으로 아이는 2시간을 넘게 놀았다 다행히 아이의 친구 어머님들이 친절하게 해 주셔서(아이 먹을 것도 얻어먹고 잘 놀았다) 감사의 인사를 드렸더니 괜찮다고 하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OO이는 동생이나 위에 없어요?"
"아 네 저희는 그냥 한 명만 잘 키우기로 해가지고요."
"어머니는 안 오셨나 봐요? 아빠가 아이랑 잘 놀아주시나 봐요."
"네 주말에는 보통 저랑 둘이 놀러 와요, 아 그리고 아이 아이스크림이랑 사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뭐 커피라도 한잔 사드려야 하는데."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세 가족이서 오셨는지 그쪽으로 이동하셔서 또 이야기 꽃을 피우시고 나는 자리로 돌아와 책을 마저 읽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나를 한번 건들어 보기도 하고 가고, 자석낚시를 해서 사탕 같은걸 받아와 나를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즐거워 하지만 나는 마냥 즐거울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온다고 하는 게 참 이상했다, 그간 대화를 하자고 했을 때는 그렇게 무시를 해놓고 이제 와서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 건지, 어머니는 흔들리기 말고 그대로 가라고 하신다
키즈 카페에서 시간이 끝나고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를 욕조에 넣어 씻기고 머릴 말려준다 오랜만에 로블록스라는 게임을 한다길래 하라고 타이머를 맞춰 쥐어주고 하게 한 뒤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필요 없는 것들은 버리고 무거운 것들은 분배해서 베란다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컴퓨터 책상 위에 먼지를 부직포로 닦아 내고 거실에 있는 책장에 가림막을 내린다, 그리고 혹시나 몰라 소송자료들을 잘 숨겨 둔다. 저녁은 간단하게 임연수에 카레가루를 입혀 구워낸 생선 구이에, 깍두기와 김치를 썰어내고, 멸치볶음을 조금 올려 아이의 반찬 그릇에 덜어 준다 식사 시간에 맞춰 어머니도 집으로 오셨다
"아직 안 왔니?"
"네."
"걔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라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혼자 올지 또 다 데리고 올지 모르지만 그냥 시비 걸면 몸에 손대지 말고 무슨 일 생기면 엄마가 신고 바로 할 테니까."
시간은 흐른다 저녁 8시 40분쯤 다시 짤막한 카톡 하나가 도착한다
'엄마랑 오빠 와서 못 갔어.'
하.. 결국 또 이런 식이다 사람을 간 보고 긴장시키고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을 한다. 연애할 때부터 그랬다, 어디를 가기로 해놓고, 당장 30분 전에 취소하고 다른 데로 변경하고 올 시간이 되어도 안 와서 물어보면 아직 출발조차 안 하고 있던 그 모습, 늦으면 늦는다 못 오면 못 온다 그렇게 말하는 것조차 안될까?
어머니는 카톡 왔다는 소리에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그럴 줄 알았다며 혹시나 저녁 늦게라도 오면 바로 연락하라고 하시며 나가신다
"엄마 안 와요?"
"엄마 바빠서 못 오나 보네요?"
할머니한테 들었는지 어쨌는지 아이는 엄마가 안 온다는 소리에 시무룩해한다, 후에 면접 교섭 때도 이러면 아이의 실망감이 어쩔지 가늠이 안된다 카톡으로 쏘아 데려다가 만다 이야기도 이야기가 통할 사람한테 해야 통하는 거일 테니까 시간이 너무 늦어져 아이 옷을 다시 갈아 입히고 잠자리를 봐준다 아이가 많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