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57)

이번 휴가는?

by 시우


휴가 첫날 나는 아침 일찍 차를 맡기고 왔다 7년째 타는 자동차의 선팅이 다 들떠서 시야가 방해가 되고 오래되서인지 필름 색이 다 바래서 보기에 좋지가 않다 그냥 탈까도 싶었는데 이제 또 차를 언제 바꾸게 될지 모르게 되어서 좀 더 탈(폐차까지) 생각으로 선팅을 맡겼다 차를 맡기고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다른 때 같으면 회사 갈 시간인데 휴가라 좋긴 좋구나 싶어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얼른 시리얼을 하나 말아먹는다 11시에 머리 예약을 해두었으니 9시 30분쯤은 깨워서 밥을 먹이고 미용실로 출발해야겠다 싶다


몇 달 전부터 같은 반 친구들이 염색을 했다면 노래를 노래를 불러서 결국 부분 염색을 조건으로 허락을 하였다. 예전 시대랑은 틀리게도 요즘은 유튜브나, 친구들, 티브이 등에서 여러 가지 볼것들이 많아서 인지 금방 따라 하는 것 같다. 요즘은 기술도 좋아지고 약도 많이 좋아져서 냄새도 심하지 않고 그런 거 같고 또 이때 해보는 거랑 커서 해보는 거랑은 또 많이 틀릴 테니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약을 잡는다


색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예쁘게 나왔다


이 미용실로 선생님으로 말하자면, 내가 이 동내에 살 때부터 다녔던 미용실인데, 몇 개월 전에 혼자 나오셔서 따로 차리신 분이다, 세월로 치면 한 5년 전쯤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다니고 있기도 하고 잘 잘라 주시기도 하고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머리를 다듬는 나로서는 거의 고정적으로 월급날 전후로 가는 미용실이다, 종종 아이를 데리고 가서 자르기도 했고 친절하게 잘해주신다


아이가 일어났다 얼른 밥에 계란 프라이를 하나 얹고 식탁 앞에 앉혀 먹이기 시작한다, 일어나자마자 졸린 눈으로 한 숟갈 먹는 아이가 웃겨서


"일어나자마자 밥 먹여서 놀랬죠? ㅋㅋ"


"네.. 속이 안 좋은 거 같아요."


"물 좀 마시고 다시 먹어요 늦게 일어나니까 그러죠 아빠는 밥 다 먹었는데."


"오늘 머리 하러 가는 날 맞아요?"


"네 맞아요 11시 예약이니까 10시까지는 밥 먹고 씻고 나가요."


한 숟갈 더 떠주고 혼자 먹게 해 둔 뒤 나는 뒷정리를 시작한다 어제 장을 보고 난 뒤에 나온 분리수거 쓰레기들을 종류별로 나눠놓고 나가면서 버리기 쉽게 정리한다, 내가 먹은 시리얼 그릇부터 설거지 해 다시 넣어둔다 휴가라고 하지만 딱히 어디 예약을 해둔대가 없어 집에서 보낼 예정이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미리 휴가 날짜가 잡히는 게 아니라 거래처 같은 곳에 일정에 맞추다 보니 막상 휴가 날째가 잡힌 뒤에는 예약하기가 만만치가 않다


당근도 좀 넣을껄 색이 별로인듯한 멸치국수와 새로온 프린터


멀리 안 가는 대신에 고장 난 프린터기도 살 수 있게 되었고, 집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시원하게 방콕 휴가라도 즐겨 보자고 아이랑 다짐을 한다


휴가 기간이라 전에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 점심도 한 끼 했다, 오랜만에 시외 근교로 나가서 점심도 먹고 바람도 쐬니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사전 청구로 신청한 사건이 폐문부재로 보정명령이 다시 떨어졌다, 보아하니 받으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니 일부러 안 받고 버티는 것 같아 아내가 살고 있는 지역 부동산을 찾아본다 아니나 다를까 집을 내놓았다 5월 말에 이사했는데 8월 말에 까지 살다 방을 뺀다고 하니 하던 일도 결국 3개월을 못 버티고 또 어디론가 가는 것 같다 애초에 뭔가를 해서 극복하려고 했던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힘들면 그냥 도망치는 사람이라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사를 가기 전에 송달을 완료시켜야 한다, 이사를 가고 초본의 주소가 변경이 된다 하면 또 일이 복잡해질 것이다 월요일이 되면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해서 확인해서 어서 처리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뭔가 마음속에서 하루가 무던하게 지나가야 할 텐데 여전히 힘들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하려고 많은 시간을 좀 보냈어야 했는데 휴가는 너무 아쉽게도 금세 지나가 버린다 내일부턴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른 때보다 돌아가는데 시간이 더 걸릴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또 한 걸음씩 살아가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