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58)

소확행

by 시우

https://www.youtube.com/watch?v=DVQOazBqfEU


사람들은 살다 보면 자신만의 소확행들을 하나씩 만들어 두는 것 같다, 가만히 아이를 보고 있으면 아이의 소확행은 프린터로 색칠놀이를 뽑아서 색칠을 하고 오려서 자기의 파일철에 차곡차곡 모아 두는 것이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할 때가 많은데 아빠로서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흥미로운 점이 많다


어째서 별것도 아닌 것에 저렇게 행복해 할 수 있는 것일까? 저 조막만 한 손으로 뭔가를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걸까? 아이의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아기자기하면서도 올말 졸망 한 귀여운 느낌 더하기 야무지게 뭔가를 해내는 모습까지 대견하고 기특한 모습들이 많다


물론,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만 한다는 면에서는 조금 아쉬울 뿐이지만, 아이에게 많은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이제 반대로 나를 본다 나만의 소확행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소확행이라고 하기에는 대부분 스케일 큰 것 같다, 가까운대로 낚시를 간다던가 사고 싶었던 전자기기 같은 것들은 하나 같이 스케일이 크다(이러면 소확행이 아닌가?) 머릿속에 항상 계산을 하면서 살다 보니 쉽고 가볍게 생각하는 게 어렵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참 어려운 일인 것만 같다, 어렸을 때는 돈을 벌지 않았으니 가지고 싶은 것을 살 수가 없었고 지금은 아빠로서의 나와 자유인으로서의 내가 항상 충돌을 한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가지고 싶은 뭔가를 사기에는 참 힘들다


아직까지 대부분은 아빠로서의 내가 승리하지만 가끔 한 번씩 자유인으로서의 내가 승리하면 꼭 뭔가를 사게 된다 그게 3월쯤에 스마트 워치를 하나 샀었고 최근에는 아이랑 같이 하려고 게임기를 하나 샀던 게 두 번째였던 것 같다(분기별로 한 번씩 자유인이 이기는 것 같다)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하면 나에게는 산책을 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아이랑 같이 가는 저녁 산책도 좋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약 30분의 시간 말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동내를 한 바퀴 도는 그 시간이 나에게는 심적으로 뭔가를 덜어낼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책을 보는 것도 예전만큼 재미는 없다 한 시간에 두 권씩 읽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별 생각하지 않고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싶을 때 책을 읽는다, 내용에 집중을 하면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잠시 마나 잊을 수 있다


고등학생 때 글을 쓰겠다고 하면서 아버지랑 싸운 적이 있다, 그게 돈이 되냐부터 시작해서 취미로 해라 까지 별의 별 소리를 다 들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억눌려 있던 그 시절은, 어떻게 본다면 현실적인 조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야 와서 깨닫는다 글을 써서 벌어먹고 살 확률보다 공부를 해서 좋은데에 취직할 확률이 더 높을테고 그게 앞으로 삶에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를 참 별수 없이 넘기며 산다 오늘이라는 이 한 페이지를 열정적으로 살기에는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 당장 내일 내야 할 전세대출의 이자라던지, 자동차 할부금, 핸드폰 요금, 월세, 등등은 우리가 주변을 돌아볼 틈을 쉽게 주지 않는다 특히 가장들한테는 더욱 그렇다 2005년에 호주제도 폐지된 마당에 여전히 아빠들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져만 간다 티브이에서 나오는 연예인 아빠들은 말도 안 되게 큰집에서 한강이 보이는 집에, 거실만 우리 집만 한 곳에서 아이랑 뛰어 논다, 자동차는 큼직한 외제차이다 로고를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무슨 브랜드인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장난감들은 신기하고 좋은 것들 뿐이다, 남이랑 비교하긴 싫지만 비교가 된다 채널을 돌리려고 하면 아내는 좀 더 보자고 했다 나는 일어서서 자리를 옮겼다


누가 편하게 살고 싶지 않을까? 그래도 가족이 있으니까 참고 버티고 사는 거지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하지 말자 아빠나 엄마로 살아오면서 어느 누가 노력하지 않으며 살아왔을 것인가, 하지만 버는 돈의 액수에 따라 아빠의 노력이 판단된다면 그거야 말로 참 슬픈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나는 과연 이상주의자 인가? 아니면 현실주의자 인가? 요즘은 헷갈릴 때가 많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적으론 참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이 몇 번 찾아왔다 편견 없이 상대를 봐왔던 것이 상대는 오히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것을 보고 인간이라는 게 참 이기적이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자기가 필요할 때에는 오히려 자기에 대한 편견을 원하고 불리할 때에는 차별이라고 말하는 이중적인 모습들 말이다


아마 이런 인간관계의 불합리함과 스트레스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만의 소확행을 찾는 것 아닐까 싶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자기만의 소확행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혼자 사는 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만의 기쁨도 있어야 사는 맛이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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