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 (59)
하고 싶은 것?
휴가 중에 거실 바닥에서 뒹굴거리다 문득 생각이나 아이에게 물어본다
"공주님, 공주님은 해보고 싶은 거 있어요?"
"음..."
한참 유튜브를 보고 있는 아이에게 물어본다 유튜브에 눈을 못 떼면서 한참을 음 거리다가 대답한 게
"수영? 수영 배워보고 싶어요."
"아빠는 자유형이랑 배형은 할 줄아는데."
"그게 뭐예요?"
"수영하는 방법 중에 하나예요."
엎드려서 하는 방법을 보여주니 꺄르륵거리다가 등 뒤에 올라탄다
"수영 학원 한 번 알아볼게요 근대 가격이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 방에 수영복이랑 한번 가져와 볼래요?"
아이는 쪼르르 방으로 달려가 자기가 정리해둔 수영복을 들고 온다, 수영 학원에서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챙이 달린 수영모라 다른 것을 사주기로 한다 물안경도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가방도 하나 사줄까 하다가 있는 것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그건 그냥 놔둔다
어렸을 적 나를 떠올린다 여섯일곱 살 때쯤엔 서울에서 작은엄마 할머니와 살면서 곰돌이 수영장인가?(찾아보니 곰두리 수영장이다) 롯데월드를 지나서 어디에 있던 수영장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직접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쯤 배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울 아버지는 그래도 하고 싶다는 거 있으면 잘해주는 분이었던 것 같다 나도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싶은데 여력이 안되니 아이에게 미안할 뿐이다
근처 수영 학원을 찾아본다 가까운데 두 군대를 메모장에 적어두고 전화를 걸어 본다 가격들은 얼추 비슷하다 한 달 4회 정도 월 15만 원, 40분 수업에 10분 자유시간 선생님 1명이 아이 4명을 가르치고 옷 갈아입히는 것부터 씻기고 머리 말리는 것까지 모두 해주신단다 집까지 픽업은 당연하고
어차피 체력도 방전도 좀 시키고 토요일에 내 시간도 가지고 싶어서 다음 달부터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사용하는 카드의 혜택을 학원으로 변경 신청을 하고 다음 달부터 다니기로 예약을 해둔다 혹시나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 시간적인 여유를 좀 둬보는 게 좋을 듯하다
"공주님 일단 한 달만 다녀보고 더 다니고 싶으면 이야기해요, 한 달은 꼭 다녀야 해요."
"진짜요? 언제부터 다녀요?"
"9월부터 다녀보게요."
컴퓨터를 켜고 다음 달 예산 편성을 다시 꼼지락꼼지락 만져본다 아이가 다가와 안기면서 이야기한다
"아빠 수영장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해보고 싶은 거 있으면 아빠한테 꼭 말해요, 맨날 장난감 이야기만 하지 말고."
킥킥 거리며 품에 안기는 아이의 이마에 뽀뽀를 한번 해주고 엉덩이를 민다
"이제 가서 보던 거 봐요 이제 10분만 더 보고 이 닦읍시다."
"네!"
쪼르르 거실로 달려가는 아이를 보며 흐뭇해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잘 안길까? 지금도 밖에 나가면 쑥스러워서 잘 안 안기려고 하는데 벌써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무섭다
가방도 이만하면 쓸만하고
1차 소송 일정이 잡혔다, 사전처분 신청은 폐문부재로 특별 송달 신청을 넣었는데 1차 소송 일과 통합되어 9월에 일괄 처리될 예정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걸리지만 천천히 진행되는 게 어긋남이 없이 확인되면서 진행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기 위안을 삼아 본다, 아내에게 최근에 연락이 왔다 여전히 모든 게 내 탓이라고 한다 자기는 참고 살아보려고 했는데 너 때문이라는 말에 나는 또 욱 하고 말았다
"잘못이 있다면 너랑 나랑 잘 못이지, 나 혼자만의 잘못이라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그거 확인하려고 법원에 소송 건 거 아냐? 그럼 결과가 답을 알려주겠지 내가 무서운 건 뭔지 알아? 법원에서 판결이 나도, 너는 네 잘못이라고 생각 안 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내가 무서워, 넌 그냥 내가 운이 좋아서 혹은 네가 운이 나빠서 혹은 판사가 판단을 잘못해서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거."
"웃기고 있네."
"웃긴 게 아니라 그게 사실이지, 이렇게 전화해서 한다는 이야기가 아이는 잘 지내냐가 아니라 소송 이야기부터니? 네가 걱정하는 건 그냥 니 몸의 안녕일 뿐이야, 이제 소송 날자도 잡혔으니 할 말 있으면 우리 변호사님이랑 통화해 내 답변서 뒷장에 연락처 적혀있으니까."
아내와 오랜만의 전화를 끝내고 할 말을 더 할걸 좀 내 감정을 더 풀어볼걸 하다가 그냥 안 하길 잘했다 싶었다 괜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못할 말까지 해버릴까 봐 결국엔 그게 내 얼굴에 침 뱉는 이야기일 테니 또 참아본다
아내의 주장이 사실이다면 법원은 아내의 손을 들어줄 테고, 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내편을 들어주겠지 모든 이야기는 쓰는 사람을 위주로 돌아가니까 그걸 알기에 나는 지금 것 아내에게 혹여나 내가 무심코 뱉은 말과 행동들에 상처를 받았을까 봐 대화를 원하고 기다렸던 거였고 이제 그 리미트는 끝이 났다 내가 정해놓은 6개월의 기준은 지나갔으니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로 아내와 한판 붙어야 한다
소송이 시작되고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조정에서 끝났을 일이 점점 더 늘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감정적인 동요는 줄어들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혼 소송은 사람을 밑바닥까지 끌고 내려와 싸움을 붙인다, 이혼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충분히 알고 이 판에 들어오길 바라본다, 세상에서 결국 가장 유치한 게 사람이다 아마 한 번(?)해본 사람들은 공감할 수 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