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싱글맘

햇수로는 2년째였다. 나는 졸리고 피곤하다가도, 불을 끄고 눕기만 하면 정신이 점차 또렷해지는 이상한 병을 앓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별다른 일이 없는 주말엔 잠을 푹 잤지만 출근을 해서 피곤할 법한 주중에는 더 잠을 이룰 수 없는 병이었다.

잠든다는 것은, 꿈꾸는 것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잠에 들면 늘 꿈을 꿨다. 주로 기억나는 것은 잠들기 직전의 꿈과 깨어나기 직전의 꿈이었지만, 때로는 일상생활 속 지난밤의 꿈이 문득 스쳐가기도 했다.

꿈은 다른 쪽의 삶이었다. 유독 뇌리에 남는 꿈을 꾼 다음날엔, 꿈속 삶에서 열정적이었던 것만큼 무기력해졌다.
꿈은 이쪽 삶에서 이루지 못한 무의식과 욕망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꿈속에 나는 그녀와 싸우기도, 바다 수영을 하기도, 그와 헤어지기도, 돼지를 낳기도 했다.

다른 쪽의 삶을 살 수 없을 때, 이승의 삶 또한 엉망이 되었다. 퀭한 눈으로 퀭한 세상을 바라보았다. 일을 하다 작은 실수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고쳐야겠다 생각한다. 고치기 위한 자료를 찾다가 그것과는 상관없는 생각에 빠져 상관없는 자료를 찾았다. 원래의 실수로 돌아왔을 땐 벌써 수십 분이 지나있었다.

나는 잠들기 전 눈을 감고 누웠을 때 아른거리는 잔영을 보는 게 좋았다. 잔영은 물결 모양을 이루다가도 이내 구름으로, 기린으로, 그로도 변했다. 다시 암흑이 밀려오는 것도 잠시, 작은 빛은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고 이내 두 눈을 주황빛으로 가득 채우곤 했다. 잔영은 내가 되기도 했고, 꿈이 되었다.

나는 잠드는 것이 좋았다. 꿈속에서만 볼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게 좋았다. 힘들거나 슬픈 일도 자고 나면 한결 아득해졌다.

잠들기 위해 술을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술을 마신 순간의 몽롱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술을 마시고 나면 머리는 더욱 복잡해져 잠들 수 없었다.

잠들기 위해 약을 먹었다. 어떤 날은 한 알로도 잠에 들 수 없었다. 두 알을 먹은 날엔 가위에 눌리곤 했다. 왼팔이 저리면서 시작되는 그것 때문에 꿈꾸는 게 두려워졌다. 몽롱한 상태로 눈을 뜨고, 잠들고, 가위에 눌리고, 다시 잠들고, 다시 가위에 눌렸다.

어릴 때에는 그저 주어지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것을 위해 운동을 하고, 햇볕을 쬐고, 약을 먹는다. 서른 남짓의 나이는 그것을 잃어버리기에는 어리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다. 어쩌면 지금이 꿈을 잃어버리기에 가장 적절한 나이인지 모른다. 나는 그런 나이일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이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인지 모른다. 나는 그런 나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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