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

by 싱글맘

#상사

나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은 인간일까. 인간이 아닐까.

그가 모두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것뿐이다. 그도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일 것이다. 좋은 아들이자, 남편, 좋은 상사일 것이다.

하지만 나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그를 나는 인간으로 대해야 할까. 아니면 인간으로 대하지 말아야 할까.


#나

나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그를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는 인간일까, 인간이 아닐까.

그를 무시하고 험담하며, 일종의 쾌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나는 인간일까, 인간이 아닐까.


#이해

사람이라면 누구나 온정, 정도, 배려, 이타와 함께 비열함, 치졸함, 냉랭함을 안고 산다.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어느 한쪽의 모습만을 바라는 것은 인간답지 못한 일일 것이다.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그래서 누군가에게 어떤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렵다. 한 사람이 보편적 상식에서 어긋난 행동을 했을지라도, 당시에 처한 사정을 감안하면 비난을 던지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흘러 내가 그 사람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에야 비로소 그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는지를 알게 된다. 내가 그와 똑같이 행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다만, 영영 이해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들이 어떤 경위에서 발생한 것인지는 확연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자각

살면서 괴로운 순간은, 다른 사람보다는 나 자신 때문에 찾아온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인 사람이고, 끝없는 합리화로도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수 없을 때. 나의 치부와 약점, 치졸함, 비열함을 마주할 때.

따지고 보면, 나는 나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그렇고 그런 사람이고, 어느 날 밤 그간 온갖 고고한 척, 깨끗한 척, 당당한 척은 다했던 나 자신과 조우한다.


#두 번째 기회

세상 일은 언제나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성은 사회와 제도의 진보를 이끌었지만, 인간이기에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이성 또한 진보하기에 그 시대의 이성은 다음 시대에서는 몰상식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다움에 가장 어울리는 말은 불완전함 일지 모른다. 그래서 불완전함으로 무언가를, 어쩌면 아주 소중한 것을 망쳐버린 우리 모두에겐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하다.


#선택과 책임

그와 일하겠다고 한 것도, 그 사람의 좋은 면만을 본 것도, 그 사람의 단점을 간과한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벌어진 모든 일은 내 선택의 결과였고, 내가 나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모두 나의 책임이었다.


#가능성

내가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3개월 더 일하게 되면, 만에 하나 그 쓰레기가 괜찮은 사람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도 조금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나

우리 모두는 평생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은,

나 자신이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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