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3

by 싱글맘

그는 선 위를 사뿐사뿐 걷고 있었다. 약간의 곡선과 긴 직선은 아름다웠다.

그의 선은 저만치 높아 보이기도, 이만큼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잠들기 전, 나는 그의 선을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의 선이 가장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의 선을 향해 발을 뻗었다.


그의 선을 걸을 때 황홀한 세계가 펼쳐졌다. 그 세계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가질 수 없는 것이란 걸 그때는 몰랐다.


조금씩 그가 앞서 걸었을 때, 내가 몰랐던 작은 굴곡을 얘기해주지 않아 크게 넘어졌을 때, 작은 일로 치부하며 넘어갔을 때, 그의 부모가 나의 진홍빛 선을 탓했을 때, 그가 내가 모르게 다른 사람의 선 위를 걸었을 때 우리의 선이 조금씩 얽혀간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느새 내 발목을 감싼 선 뭉치는 무릎으로, 팔로, 목으로 올라왔다. 나는 얽혀버린 선 위에서 꺼억꺼억 울었다. 푸른 선이 전하는 독에 푸른 눈물이 나고 푸른 피를 토했을 때 나는 품에서 가위를 꺼내 선 뭉치를 잘라내었다.


우리는 다시 수평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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