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 전시 <힐튼서울 자서전>.
도시는 기억 없이 진화할 수 없다.
힐튼 서울의 유산과 사라지는 건축이 남기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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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 자락. 고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도시의 정서적 지층 위에 조용히 스며들던 ‘힐튼 서울’은 이제 그 자리에 없다. 2022년 부지 매각 이후 철거가 확정됐고, 건축의 마지막 흔적은 피크닉에서 열린 전시 《힐튼서울 자서전》으로 옮겨졌다. 이번 전시는 건축의 ‘삶과 죽음’을 조명하며, 철거라는 운명 속에서도 끝내 남겨진 잔해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묻는다.
힐튼 서울을 설계한 건축가 김종성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뉴욕에서 서울을 다시 찾았다. 그는 <싱글즈>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한 시대를 함께한 건축이 사라진 자리에서 도시와 기억의문제를 되짚었다. 지금 이 순간 서울이란 도시는 어떤 기억을 지우고, 어떤 논리에 굴복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 속에서 무엇을 지켜가야 할까.
전시의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피크닉 쪽에서 힐튼 서울에 대한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고 제안해서 좋다고 했어요. 정다영, 김희정, 정성규 세 사람이 함께하는 CAC라는 큐레이터 집단과 기획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팀이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도 기획하게 됐어요. 우연히 피크닉 김범상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과 베니스에서 모이게 됐고, 1차로 촬영 이후 전시의 큰 골격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이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뉴욕과 서울에서 긴 시간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건축의 자서전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웠습니다.
‘자서전’은 건축의 생애를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힐튼 서울은 김중수 당시 사장의 제안으로 설계가 시작됐고, 40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운영됐습니다. 그리고 3년 전 매각이 돼 철거가 진행 중입니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시간을 기록하는 방식의 건축의 자서전인 셈입니다.
이번 전시는 건물의 잔해부터 시작됩니다. 건축물이 철거되는 영상 앞에서 건축가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건축하는 입장에서 자유 경제 논리에 의해 철거된다는 사실을 승복했습니다. 저의 결론은 그곳의 부지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600%의 용적률을 부여받은 부지에 350%의 건물만 지었습니다. 그러니까 힐튼 서울은 더 큰 건물을 짓기 위해 매각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겁니다. 올림픽 개최하기 5년 전, 힐튼은 한국 사회가 성장하는 시대 흐름을 상징하는 하나의 건축적 성취입니다. 힐튼 서울에 있던 그랜드 스테어와 에이트리움을 재구성해 지금 힐튼 부지에 들어가는 판매 시설 옆쪽에 다시 짓기로 했습니다. 힐튼을 구성 했던 녹색 트래버틴, 청동 손잡이 등으로 건축적인 성격이 그대로 살아날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원상에 접근하게 된다면 차선의 선택이 될겁니다.
1983년 힐튼이 완공됐을 즈음 한국 건축 신은 어땠나요?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사회 전체가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타고 있었습니다. 해외 수주가 활발해지고, 건설 기술이 발전하며 새로운 건축 언어가 도입되던 시기였습니다. 태평로에 있는 삼성의 옛 본사 사옥이 일본식으로 설계됐는데 당시 그것이 가장 잘 된 한국의 건축적 성취였어요. 콘크리트를 하나씩 찍는 프리캐스트에 유리가 매입된 소재를 쓴 건물이 주종을 이뤘죠. 몇 년 앞서서 김중업 선생이 이룩한 삼일빌딩은 알루미늄과 유리로 된 대표적인 건축이었습니다. 저는 국제적인 첨단 기술을 한국에서 실현해보자는 목표를 세웠고 그 결과가 힐튼이었습니다.
‘한국 근대 건축’의 마일스톤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로 설계하셨습니까?
남산 기슭에 앉기 때문에 호텔이 아주 높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뉴욕에서 짓는 호텔의 로비 천장 높이가 10m 정도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인간의 척도에 맞추겠다는 게 제 목표였어요.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 예산 수덕사의 대웅전 이런 건축물이 우리의 시각적인 이상향이죠. 무량수전 천장 높이가 4.5m 정도이고 힐튼의 로비는 6m입니다. 한국의 감각이 느껴지는 인간 척도가 있는데, 저는 건축적으로 현실화해보고 싶었습니다. 호텔에 들어서는 국내외 투숙객이 우리의 감각에 순응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전시는 피크닉에서 내년 1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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